K-방산, 글로벌 신뢰성 굳히기 위한 '현장 안전 인프라, 질적 고도화' 나설 때
파이낸셜뉴스
2026.06.03 17:00
수정 : 2026.06.04 09:18기사원문
방사청, '한화에어로 폭발사고' 긴급 대응 가동… '화약류 79개소' 전수조사 착수
김일동 차장 주재 안전사고 대응 TF 회의, 원인조사 기술지원 및 재발방지 논의
고체연료 '근원적 위험성' 극복할 공정 개선… K-방산 신뢰도 고도화 계기 돼야
이번 회의에서는 사고 수습과 기술지원 방안뿐만 아니라, 국내 군용 총포·도검·화약류 제조업체 전 사업장에 대한 자체 안전 점검 지시 등 선제적인 재발 방지 대책이 집중 논의됐다. 방사청이 이처럼 신속하게 전수조사 카드까지 꺼내 든 것은 방산 현장의 안전이 곧 국가 안보 및 수출 신뢰도와 직결되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은 "이번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과 유가족 여러분들께 깊은 위로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며, "관계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이번 사고의 원인조사와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대책 마련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방산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단순한 관리 소홀이나 '안전불감증'이라는 전형적인 프레임으로만 재단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사고가 발생한 공정은 미사일과 로켓의 핵심 동력원인 고체 추진제를 다루는 곳이다.
고체 연료는 액체 연료와 달리 미세한 정전기, 마찰열, 공구와의 가벼운 접촉 충격만으로도 거대한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물리적 특성을 내포하고 있다. 화약 잔여물을 세척하고 밸브를 정비하는 과정은 인간의 통제력을 벗어난 미세 변수가 상존하는 영역으로, 전 세계 방산 업계에서 '가장 위험한 공정'으로 분류된다. 이번 사고는 방위산업 공정의 안전성 확보가 얼마나 까다로운 과제인지 다시 한번 경종을 울리는 사례로 평가된다.
■글로벌 선진 방산 기업들이 겪은 어푼 역사
실제로 전 세계 우주·방산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과 유럽의 초일류 기업들 역시 수십 년간 쌓아온 노하우가 무색하게 유사한 비극을 정기적으로 겪으며 성장해 왔다. 미국 최대의 고체 로켓 모터 제조업체이자 미 국방부와 NASA의 핵심 파트너인 노스롭 그루만은 유타주 프롬원토리 시설에서 고체 연료 생산 및 테스트 중 수차례 폭발 사고를 겪었다. 지난 2019년 대형 고체 부스터 오메가의 연소 시험 중 노즐이 파괴되는 사고가 발생했으며, 최근(지난해 4월 16일)에도 동일 시설 내 고체 로켓 모터 자재 보관 시설이 폭발로 완파되는 대형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최고 수준의 안전 표준을 자랑하는 미국 정부와 글로벌 대기업조차 고체 추진체의 근원적 위험성을 완벽히 제어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유럽의 우주·방산 협력체인 아리안그룹 역시 40년이 넘는 고체 추진체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과거 공정 내 화약 잔여물 산화 및 마찰로 인한 화재와 폭발로 생산 라인이 장기간 마비되는 홍역을 치렀다. 과거 유럽 아리안 로켓 부스터 제조 연관 공정의 사고와 해외 고체 연료 기반 로켓 폭발 등 비극적 사례는 방산 선진국들이 정밀한 무인화와 자동화 표준을 정립하게 된 도화선이된 것으로 전해졌다.
■'징벌적 규제'보다 '기술적 고도화' 기회로
선진국들은 이러한 참사를 겪은 후 매체를 폐쇄하거나 기업을 사장시키는 방식 대신, 국가 주도의 방산 안전 표준을 대대적으로 개정하고 공정의 개선과 투자를 과감히 늘리는 계기로 삼았다. 위험 요소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원격 로봇 공정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졌다. 대한민국 방위산업은 세계 4대 강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눈부신 양적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질적 성숙과 현장 인프라의 고도화가 더욱 촘촘하게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이제는 국내 방산 업계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방사청 TF가 일회성 조사에 그치지 않고, 국내 79개 방산 사업장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걸맞은 '공정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정책적, 금융적 지원 체계를 정립하는 패러다임 전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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