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하는 ISDS 사건… 범정부 상설 시스템 법제화 목소리

파이낸셜뉴스       2026.06.03 18:56   수정 : 2026.06.03 18:55기사원문
외국인 투자 늘면서 분쟁도 증가
잇따른 승소에 1조원대 혈세 방어
대응체계 강화해야 할 이유 분명
최종 판정까지 10년 이상 다반사
정부 관계자는 인사 때마다 이동
법조계 "전문인력 키워야" 조언

정부가 글로벌 기업들과의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잇따라 승소하며 1조원에 육박하는 세금을 아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외국인 투자 증가와 ISDS 제기 확대 추세로 유사 소송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통령훈령에 머물러 있는 대응 체계를 법제화하고 전문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년간 ISDS 10건…1조원대 방어

3일 법무부에 따르면 2012년부터 현재까지 14년간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정식 중재 제기된 ISDS 사건은 총 10건에 달한다.

중재 제기 전 절차로 중재의향서가 접수된 사건도 11건이다.

정식 사건은 △론스타 △하노칼 △다야니 1차 △엘리엇 △미국 투자자 △메이슨 △쉰들러 △중국 투자자 △부산 투자자 △다야니 2차 등이다.

정부는 이 가운데 소송가액이 큰 론스타(4000억원), 쉰들러(3250억원), 엘리엇(1600억원)과의 소송에서 이겼다. 이들 3건만 합쳐도 절약한 배상금 등은 8850억원에 달한다. 소송비용까지 포함하면 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투자자, 중국투자자 등 나머지 승소 사건과 소송을 취하한 하노칼까지 포함하면 1조원에 육박한다. 이 금액은 기초생활수급자 약 83만3000여명에게 매달 10만원씩 1년을 지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중재의향서 접수 사건은 가장 최근의 쿠팡 사건을 비롯해 이란 중앙은행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사건의 배상 청구액은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으로 소송 상대방은 책정했다.

패소하면 막대한 재정적 충격이 뒤따르기 때문에 정부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최고 수준의 로펌을 선임하며 관련 부서와도 긴밀하게 협조한다. 스위스 승강기 업체 쉰들러 ISDS 사건의 경우 법무부를 비롯해 국무조정실, 재정경제부, 외교부, 산업통상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관여했다. 법무부 역시 지난 2020년 '국제분쟁대응과'를 신설하는 등 역량을 모으고 있다.

ISDS 정부 측 대리인으로 참여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정부 대리 로펌을 선임할 때 통상 국제 평가 매체에서 검증된 로펌을 중심으로 선임한다"며 "태평양, 율촌, 광장, 세종과 국제 분쟁 전문 부티크 로펌인 피터앤김 등 6~7곳이 후보에 오른다"고 전했다.

■ISDS 증가… 상설 대응체계 필요

다만 소송 규모가 천문학적인 사건이 많고, ISDS 제소 사건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보다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법조계는 주문한다.

대형 로펌 한 변호사는 "ISDS 사건은 10년이 넘는 경우도 많은데, 정작 이를 담당하는 정부 관계자는 인사 때마다 바뀌는 실정"이라며 "기록의 인수인계에 그칠 것이 아니라 소송에 처음부터 관여하는 등 노하우를 가진 인적 역량을 축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박균택 의원 대표 발의로 '국제투자분쟁의 예방 및 대응에 관한 법률안'이 올라가 있다.
△법무부 장관이 5년마다 기본계획 수립 △관계부처 협조 의무화 △전문인력 양성 △예산 지원 근거 마련 등을 담고 있다. 현재 대통령 훈령으로 규정된 ISDS 대응을 법무부 임시 업무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상설 시스템으로 법제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박 의원은 "외국인직접투자 증가로 ISDS 중재 사건이 끊이지 않고, 근래에는 국가 간 분쟁까지 ISDS를 통해 우회적으로 해결하려는 추세"라며 "공세의 양상도 입법, 행정, 사법 전반에 걸쳐 진행되는 경향이 있어 범정부적 대응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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