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 부회장 "HD현대가 한-캐나다 방산 협력 핵심 맡겠다"

파이낸셜뉴스       2026.06.04 11:16   수정 : 2026.06.04 11:16기사원문
조석 부회장, 마티 디콘 캐나다 상원 국가안보·국방·보훈 상임위원회 위원장 면담



[파이낸셜뉴스] HD현대가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CPSP) 수주를 위해 조선 계열사를 넘어 에너지, 건설기계, 연구개발(R&D) 분야까지 그룹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단순히 잠수함을 수출하는 차원을 넘어 캐나다 정부가 중시하는 산업협력, 자원 공급망, 현지 파트너십을 아우르는 '패키지형 수주 전략'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조석 HD현대 부회장은 현지시간 2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한-캐나다 에너지·자원 공급망 협력 포럼'에 참석해 마티 디콘 캐나다 상원 국가안보·국방·보훈 상임위원회(SECD) 위원장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조 부회장은 K-잠수함의 기술력과 한국 조선산업의 납기 경쟁력을 설명하며 "HD현대가 한-캐나다 조선·방산 협력의 핵심 역할을 맡겠다"는 취지의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SECD는 캐나다 상원에서 국가안보와 국방 정책, 방산 조달 전반을 심사·감독하는 상임위원회다. HD현대가 캐나다 의회 핵심 인사와 직접 접촉한 것은 CPSP 수주전이 단순한 기업 간 경쟁이 아니라 양국 간 전략산업 협력 성격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노후화된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최대 12척의 재래식 잠수함을 도입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사업 규모는 최대 60조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캐나다 정부는 북극권, 태평양, 대서양에서 동시에 작전 가능한 잠수함 전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한국의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진영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가 주요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과 'K-방산 원팀'을 구성해 수주전에 뛰어든 상태다. 업계에서는 캐나다가 가격뿐 아니라 납기, 성능, 장기 정비 역량, 현지 산업 기여도를 종합 평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캐나다가 북극권 안보를 중시하는 만큼 장기 운항 안정성, 유지·보수 체계, 현지 조선 생태계와의 연계가 막판 변수로 꼽힌다.

HD현대는 이 지점에서 그룹 차원의 산업협력 카드를 꺼내 들었다. HD현대오일뱅크는 포럼에서 캐나다를 한국의 자원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최적의 파트너로 평가했다. 캐나다의 초중질유와 HD현대오일뱅크의 고도화 설비 운영 능력을 결합하면 고부가가치 석유제품 생산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향후 캐나다산 원유 도입 확대와 이를 위한 공장 설비 개선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에너지 협력도 수주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산업통상부와 캐나다 천연자원부는 이번 포럼에서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핵심광물 등 에너지·자원 공급망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한국은 지난해 488만배럴 규모였던 캐나다산 원유 도입을 올해 최대 1600만배럴까지 늘리고, 향후 연간 최대 2000만배럴 수준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건설기계 부문도 가세했다. HD건설기계는 캐나다 내 광업과 도로 인프라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자율·자동화 건설장비 솔루션을 현지 프로젝트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캐나다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광업 및 도로 건설 프로젝트와 연계해 매칭펀드를 조성하자는 구상도 내놨다. HD건설기계는 지난해 캐나다에 굴착기, 지게차 등 건설장비 약 800대를 수출했으며, 올해는 약 900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의 잠수함 건조 실적도 수주전의 핵심 자산이다. 회사는 손원일급(KSS-II·214급)과 도산안창호급(KSS-III·3000t급) 잠수함 사업을 통해 건조와 정비 경험을 축적했다. 2007년에는 독일 외 국가 중 처음으로 손원일급 잠수함을 건조·인도했다. 지난해에는 손원일급 잠수함의 통합전투체계 성능개량 사업도 수주했다. 2024년 4월에는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인 신채호함을 해군에 인도했다.

업계는 HD현대의 이번 행보를 '수주 측면 지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캐나다가 방산 조달에서 자국 경제 기여와 장기 산업 파급효과를 중시하는 만큼, HD현대가 에너지·건설기계·R&D 협력까지 묶어 한국형 절충교역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선 기술력만으로는 독일과의 경쟁에서 차별화가 제한적인 만큼, 그룹 포트폴리오를 활용해 캐나다 산업 전반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전략이다.

HD현대 관계자는 "CPSP 사업과 연계한 다양한 산업협력 패키지를 제안하고 있다"며 "세계적 수준의 함정 건조 역량을 바탕으로 한화오션과 함께 팀 코리아의 일원으로 캐나다 정부가 원하는 시기에 성능이 보장된 잠수함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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