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도 유권자도…'투표용지 부족 사태' 소송전 휘말리나

파이낸셜뉴스       2026.06.04 18:20   수정 : 2026.06.04 19:25기사원문
李대통령 "선거관리 책임 물어야"
일부 접전지 법적공방 배제 못해
당락에 끼친 영향 입증이 관건
투표 못한 시민들은 "참정권 침해"
개인 차원의 국가배상 청구 가능성

사상 초유의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후폭풍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접전 지역에선 선거소송이나 당선소송 가능성이 거론되고, 투표에 참여하지 못한 유권자들의 국가배상 청구 전망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관리위원회를 향해 "선거관리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질타했으며, 정치권도 국정조사 등을 예고한 상태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지방선거 본투표 과정에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등 서울 지역 14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일시 중단됐다. 선관위가 투표소 운영시간을 연장하면서 선거는 당일 중 마무리됐으나, 투표함 반출을 둘러싼 대치는 이튿날까지 이어졌다. 서울시선관위 관계자의 현장 사과와 설득에도 시민들의 거센 반발로 투표함 이송은 여러 차례 무산됐다. 시민들은 주로 "선거 무효", "재선거" 등을 외쳤다.

그러나 중앙선관위는 공직선거법상 선거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법조계도 유사한 해석을 내놓는다. 공직선거법은 천재지변이나 부득이한 사유로 투표를 실시하지 못했거나 투표함 분실 등이 발생한 경우 해당 투표구에 한해 재투표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다만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으면 재투표의 실익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법조계는 내다본다.

이사백 법무법인 새별 변호사는 "재투표는 투표하지 못한 인원을 특정하더라도 실제 결과를 뒤집을 가능성이 인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선인과 표 격차는 3만표 이상 벌어졌다.

다만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원 선거처럼 표 차가 크지 않은 영역은 예외가 될 수 있다.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의 유권자 수와 최종 득표 차가 비슷하다면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선거법 전문 변호사는 "기초단위 선거는 수백 표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투표하지 못하고 돌아간 인원 규모와 선거 결과에 미친 영향을 따져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실제 투표 의사가 있었으나 용지 부족으로 뜻을 이루지 못한 유권자 수를 특정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사진이나 대기표가 일부 근거는 될 수 있어도 일부에 한정된다.

낙선자의 소송 제기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선거법은 지방선거 결과에 이의가 있으면 선거일로부터 2주 이내 관할 선관위에 소청할 수 있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법원에 당선소송(특정 후보 당선의 효력 다툼)이나 선거소송(선거 자체 효력 다툼)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실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먼저 입증해야 한다.

유권자 개인 차원의 법적 대응도 거론된다.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참정권 침해를 이유로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 로펌 변호사는 "참정권은 민주주의의 핵심 기본권인 만큼 국가의 관리 소홀로 투표권 침해가 발생했다면 위자료를 청구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선관위가 그간의 지방선거와 달리 투표용지를 충분히 준비하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된다면 과실의 근거로 활용될 수도 있다.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의 경우 입증 문턱이 낮아 인용될 여지도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서도 위자료가 인정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민주주의의 근간인 참정권이 침해됐다는 점이 인정되면 위자료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정경수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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