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동물실험 퇴출 본격화… K바이오에 기회 찾아온다

파이낸셜뉴스       2026.06.05 10:47   수정 : 2026.06.05 10:25기사원문
선진시장 중심 글로벌 규제 패러다임 전환
오가노이드·장기칩·AI 플랫폼 기업 수혜도
비동물 시험 역량 확보 더욱 중요해질 전망



[파이낸셜뉴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동물실험 단계적 폐지에 나서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연구개발 전략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 조치가 단순한 동물복지 강화가 아니라 글로벌 신약개발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규제 전환점으로, K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성장 기회이자 동시에 대응을 서둘러야 할 과제가 될 전망이다.

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의약품과 화학물질 안전성 평가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 위한 로드맵을 발표했다.

산업·소비자용 화학물질부터 의약품, 식품첨가물에 이르기까지 15개 분야에서 동물실험 의존도를 줄이고 비동물 시험법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EU는 비동물 시험법 개발과 검증을 가속화하고, 인공지능(AI) 및 데이터 기반 평가 체계를 확대하는 한편 국제 표준 마련에도 나설 계획이다. 제약 분야에서는 반복투여독성시험 축소와 체외시험, 컴퓨터 시뮬레이션, 가상 대조군 활용 등을 통해 동물 사용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번 움직임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정책 변화와도 맞물린다. 미국은 이미 FDA 현대화법 2.0을 통해 비동물 대체시험법 활용 근거를 마련했으며, 올해 들어 장기칩(Organ-on-Chip)과 컴퓨터 모델링 기반 안전성 평가 확대 방침을 잇따라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미국과 유럽이라는 글로벌 양대 규제 시장이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신약 개발 기업 입장에서는 앞으로 비동물 시험법이 선택이 아닌 필수 역량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오가노이드와 장기칩 개발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오가노이드는 인간 장기를 모사한 미니 장기 모델로 약물 효능과 독성을 평가할 수 있으며, 장기칩은 인체 조직 환경을 구현해 동물실험보다 높은 예측 정확도를 제공한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오가노이드사이언스, 티앤알바이오팹, 넥셀 등 관련 기술 기업들이 플랫폼 개발을 이어왔지만 시장 규모는 아직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규제기관이 비동물 시험법을 공식 인정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면서 관련 기술의 사업화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AI) 기반 독성예측 플랫폼 분야 역시 주목받고 있다. 신약 후보물질의 안전성과 효능을 예측하는 AI 기술은 동물실험 감소와 개발 비용 절감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제약사들이 AI 신약개발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는 배경에도 이러한 글로벌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임상시험수탁기관(CRO)와 비임상시험 기관들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상당수 비임상 시험이 동물실험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향후 글로벌 기준 변화에 따라 오가노이드, 장기칩, AI 기반 평가 플랫폼 구축 여부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업계는 제도 정비의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규제기관이 직접 비동물 시험법 활용을 지원하고 있지만 국내는 아직 제도적 기반과 평가 기준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는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중심으로 한 규제 정비와 국가 차원의 연구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FDA와 EU가 동시에 움직인다는 것은 동물실험 축소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미래 신약개발의 표준이 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국내 기업들이 오가노이드와 장기칩, AI 독성평가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새로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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