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아들 한 번만"…38년째 사라진 아들 기다리는 아버지

파이낸셜뉴스       2026.06.08 16:02   수정 : 2026.06.08 16:10기사원문
1988년 삼성동서 실종된 태희씨
짙은 눈썹, 풍성한 속눈썹 특징
"살아 있다면 몸 건강하게 있길"



[파이낸셜뉴스] "죽기 전에 자식을 보고 죽어야 할 것 같아요." 

김홍문씨는 38년 전 실종된 아들 김태희씨(현재 나이 53·현재 추정 사진)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어느덧 아흔을 넘긴 김씨의 시간은 빠르게 흘렀지만, 아들에 대한 그리움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살아 있는 동안 단 한 번이라도 사라진 아들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으로 김씨는 오늘도 태희씨를 찾고 있다.

태희씨는 만 14살이던 1988년 4월 2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당시 보건소 간호사로 일하던 태희씨 어머니는 주말을 맞아 할머니를 모시고 서울 종로구 효자동 한 치과를 찾았다. 고3이던 큰형은 방에서 잠든 태희씨를 확인한 뒤 공부하러 인근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러나 몇 시간이 지나 가족들이 집에 돌아왔을 때 태희씨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소식을 들은 김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밤새 동네 곳곳을 뒤졌고, 공휴일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찾아다니며 전단지를 뿌렸지만 별다른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실종 약 3개월 뒤에는 태희씨의 사연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게 됐다. 이후 김씨에게 한 통의 제보 전화가 걸려왔다. 경기 군포시에서 수족관을 운영하던 한 시민이 태희씨로 보이는 아이를 발견했다는 내용이었다. 제보자는 당시 지나가던 방범대원에게 아이를 맡겼고, 아이가 군포시청 당직실로 인계됐다고 전했다.

김씨는 곧바로 군포시청 당직실로 향했지만 태희씨는 어디에도 없었다. 당시 당직자 역시 아이가 온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씨는 "방범대원과 당직실의 말이 엇갈려 너무 답답한 마음에 경찰과 검찰에 조사를 요청했지만, 별다른 사실을 찾지 못했다"며 "방송이 나갈 때마다 강원도나 부산 등지에서 '아들을 봤다'는 식의 제보도 많이 들어왔지만 대부분 허위 제보였고, 결국 지금까지 찾지 못했다"고 울먹였다.

3남 1녀 중 셋째로 태어난 태희씨는 지적장애가 있었지만, 말도 잘하고 학교생활도 성실히 하던 아이였다. 짙은 눈썹과 풍성한 속눈썹이 특징이고, 시력이 좋지 않아 사물을 볼 때 지그시 바라보는 습관도 있었다고 한다. 김씨는 태희씨를 특히 마음씨가 고운 아이로 기억했다. 자신보다 어린아이들을 보면 먹을 것을 건네고 머리를 쓰다듬어주거나 집까지 데려다주곤 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집에서도 아버지를 유독 좋아해 잠을 잘 때도 한 이불을 덮으려 하고 밥을 먹을 때도 한상에서 먹으려고 하던 아들이었다"며 "퇴근이 늦어지는 날이면 밤에 문밖에서 나를 기다리곤 했다"고 전했다.

그런 아들을 떠올릴 때마다 김씨의 마음은 무너져 내린다. 수십 년이 흘렀지만 퇴근길 문밖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태희씨의 모습은 기억 속에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런 탓에 길을 걷다 태희씨 또래 아이들을 볼 때마다 아들 생각이 떠올라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럼에도 김씨는 태희씨가 언젠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김씨는 "당시 아들이 엄마가 보건소에서 일했다는 사실도 알고 집 주소도 알고 있다"며 "어디에 있든 살아만 있다면 몸 건강히 지내고 있길 바라고, 가족을 찾고 싶으면 경찰이나 언론사에 도움을 요청해 꼭 연락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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