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하라고 해서 뚫었어"…패딩 구멍 1000개 낸 학폭, 방관한 학교에 '공분'

파이낸셜뉴스       2026.06.06 04:30   수정 : 2026.06.06 04: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발생한 집단 학교폭력 의혹 사건이 알려지며 사회적 공분이 일고 있다. 피해 학생의 옷에 명백한 훼손 흔적이 남아 있음에도 학교 측이 '증거 부족'을 이유로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중학생 아들이 아빠가 사준 패딩을 못 입는 이유'라는 제목의 폭로 글이 빠르게 확산했다.

피해 학생의 부모인 A씨가 작성한 이 글에 따르면, 사건은 올해 초 A씨가 아들에게 사준 브랜드 새 패딩에서 비롯됐다.

아들이 새 옷을 입지 않는 것을 수상히 여긴 A씨가 옷장을 확인한 결과, 패딩 후면과 측면에는 송곳 같은 도구로 뚫린 1000여 개의 구멍이 나 있었다. 자초지종을 묻자 아들은 "같은 반 학생이 '짭(가품)이냐'며 패딩을 빼앗아 갔고, 무리와 함께 구멍을 뚫어 돌려주었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아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반 학생 전체가 지켜보는 가운데 훼손 행위가 지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즉각 담임교사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고 조치를 요구했으나, 돌아온 것은 학교 측의 안일한 대처와 가해자 측의 적반하장식 태도였다.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이 구멍을 뚫어도 된다고 했다"고 진술하자, 교사는 양측 주장이 다르고 증거가 없다며 학교폭력 판단을 유보했다. 가해 학생의 학부모 역시 "우리 아이는 그런 행동을 할 아이가 아니다"라며 책임을 부인했고, "여러 명이 함께했는데 왜 우리만 책임져야 하느냐"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교무실에서 마련된 사과 자리에서도 가해 학생은 피해 학생에게 "네가 하라고 해서 했지만 미안해"라고 사과했고, 가해 학부모 측은 보상금 명목으로 단돈 10만 원을 입금하는 데 그쳤다. 더욱이 담임교사는 이 상황을 지켜보고도 A씨에게 "사과가 이뤄졌다"고 전달해 피해자 측의 분노를 키웠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학생 간의 다툼을 넘어선 심각한 범죄 행위라고 지적한다. 다수의 학생이 역할을 나눠 패딩 훼손에 가담했다면 형법상 공동재물손괴 혐의가 적용될 수 있으며,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다수가 지켜보는 앞에서 벌어진 행위는 명백한 집단 괴롭힘으로 인정될 소지가 크다. 또한, 사안을 인지하고도 적절한 조사나 피해자 보호 조치를 다하지 않은 교사에게도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2017년 부산지법에서는 학교폭력 사건의 축소 및 은폐를 유도한 교사에게 위자료 지급을 판결한 바 있다.

현재 가해 학생 무리는 학교에서 아무런 제재 없이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은 A씨 가족은 결국 이사를 결심하고 거주하던 아파트를 매도했다.

A씨는 "학교고 애어른이고 다 진절머리가 난다. 아들이 당한 일은 중학생치고 예사롭지 않은 집단 폭력"이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공론화를 결심했다고 호소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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