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비엔날레 열리는 충남 보령 섬투어, 삽시도·고대도를 가다

파이낸셜뉴스       2026.06.11 09:54   수정 : 2026.06.11 09:54기사원문



【보령(충남)=정순민 기자】충청남도에 속한 서해안 섬은 모두 260여개(무인도 포함)에 달한다. 서해와 남해에 모두 면해있는 전남도(2100여개)에 비하면 9분의 1 수준이지만, 그 어떤 곳보다 많은 섬을 품고 있는 곳이 충남이다. 그럼 충남에서 가장 많은 섬을 보유한 곳은 어디일까? 정답은 대천항을 끼고 있는 보령시로, 총 105개의 섬이 위치해 있다.

이중 15개는 사람들이 사는 유인도, 나머지 90개는 무인도다.

그중 가장 큰 섬은 원산도, 두 번째로 큰 섬은 삽시도다. 원산도는 해저터널과 다리로 연결돼 있지만 삽시도는 아직도 배를 타야만 들어갈 수 있다. 이 두 섬을 중심으로 인근에 흩어져 있는 고대도, 효자도, 장고도 등 5곳이 보령을 대표하는 섬들이다. 이곳에선 내년 4월 개막을 목표로 섬과 예술을 결합한 '섬비엔날레'도 준비되고 있다. 계절이 여름을 향해 가고 있는 6월 초, 이들 중 삽시도와 고대도, 두 섬을 다녀왔다.



■'일과 쉼' 워케이션의 성지, 삽시도

대천항에서 배를 타고 약 50분, 수평선 너머로 짙푸른 송림과 고운 백사장을 품은 삽시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삽시도(揷矢島)는 활에 화살을 꽂은 모양을 닮았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면적이 3.8㎢에 불과하지만 충남 보령에선 두 번째로 큰 섬으로, 해변과 숲, 갯벌과 기암괴석이 한데 어우러진 풍경이 아름답다.

요즘 사람들이 삽시도를 찾는 이유는 단순한 휴식을 위해서가 아니다. 이 섬은 충남도가 운영하는 '워케이션 충남'의 거점이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여행지에서 일과 쉼을 동시에 즐기는 새로운 방식의 체류형 관광이다.

삽시도 어촌체험휴양마을에 조성된 공유 오피스는 총 28석 규모다. 창문을 열면 바로 바다가 보이고, 출렁이는 파도 소리도 들린다. 도심 속 사무실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다. 가격도 '착해서' 숙박과 공유 오피스, 농어촌 체험을 모두 포함해서 1박2일에 3만원(1인 기준), 4박5일에 불과 5만원이다. 숙소는 섬마을의 정취를 간직한 민박형과 편의성을 높인 펜션형으로 나뉘는데 모두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일을 다 마쳤다면 이젠 쉴 차례다. 삽시도의 진짜 매력은 자연이다. 섬 전체가 거대한 해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너머해수욕장과 밤섬해수욕장, 수루미해변, 거멀너머해변 등 크고 작은 백사장이 섬을 둘러싸고 있다.

특히 진너머해수욕장은 삽시도의 백미다. 썰물 때면 백사장이 넓게 펼쳐지고, 고운 모래는 마치 밀가루를 뿌려 놓은 듯 부드럽다. 노을이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시간에는 섬 전체가 거대한 전망대로 변한다.

삽시도 둘레길 트레킹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선착장에서 시작해 면삽지와 황금곰솔, 밤섬해수욕장을 잇는 5㎞ 코스로 3시간 정도면 충분히 걸을 수 있다. 울창한 송림과 해안이 절경을 이루는 길은 대체로 평탄해서 걷기에 알맞다. 어촌체험휴양마을에서 빌려주는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둘레길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면삽지다. 평소에는 바다에 둘러싸인 작은 무인도지만 썰물이 되면 모래길이 열리며 걸어서 오갈 수 있다. 삽시도에서 '면(免)한다'는 의미를 담은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

인근의 물망터도 신비로운 장소다. 바닷물이 차오르면 잠기고 썰물이 되면 맑은 샘물이 솟아난다. 오랜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는 이 샘물은 섬 사람들의 생명수 역할을 해왔다.

삽시도는 낚시꾼들에게도 성지다. 섬 주변에 암초가 잘 발달해 있어 우럭과 놀래미, 광어 등을 노리는 선상낚시와 갯바위낚시가 활발하다. 어촌체험휴양마을과 선착장 인근에 낚시 도구를 빌려주는 곳이 많다.



■신이 사랑한 섬, God愛島=고대도

삽시도에서 배로 약 20분 정도 이동하면 또 다른 섬이 나타난다. 고대도다. 면적이 0.9㎢에 불과한 아주 작은 섬이지만 역사와 이야기는 어느 곳 못지않다.

선착장에 내리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주황색 지붕들이다. 섬 전체가 따뜻한 색감으로 통일돼 있어 동화 속 마을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태안군 안면도와는 불과 3㎞ 남짓 떨어져 있지만 행정구역상 보령시에 속한다.

고대도는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아온 섬이라는 뜻에서 '고대(古代)'라는 이름을 얻었다. 맑은 바다와 풍부한 어장 덕분에 일찍부터 사람들이 정착했고, 지금도 곳곳에 옛 집터의 흔적이 남아있다.



이 섬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종교적 역사 때문이다. 고대도는 우리나라 개신교 선교의 출발점으로 알려진 곳이다. 1832년 독일 출신 선교사 칼 귀츨라프(1803~1851)가 영국 상선 로드 애머스트호를 타고 이곳에 머물며 주민들과 교류한 기록이 남아 있다.

귀츨라프는 단순히 종교를 전파한 인물이 아니다. 의약품을 나눠주고 감자 재배법 등을 소개했으며, 한글을 배워 서구 사회에 알리는 역할도 했다. 그가 남긴 소논문 '한글에 대한 소견'은 서양 사회에 한글의 우수성을 알린 초기 기록으로 평가된다.



선착장 앞에 있는 고대도선교센터는 그의 활동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 내부에는 선교 관련 자료와 유물, 한국 개신교 초기 역사를 소개하는 전시물이 마련돼 있다. 인근 귀츨라프 기념공원에는 선교기념비와 로드 애머스트호 조형물, 스페인 조각가 후안 가라이사발이 기증한 '도시의 기억, 베를린' 등이 설치돼 있다.

섬 곳곳에선 'God愛島'라는 표지판과 글귀를 만날 수 있다. 말 그대로 '하나님이 사랑한 섬'이라는 의미다. 주민들은 귀츨라프를 통해 고대도가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는 믿음 아래 매년 다양한 기념행사도 열고 있다.



고대도는 자연 풍경도 아름다운 섬이다. 선착장에서 시작되는 해안 트레킹 코스는 대나무숲과 송림, 기암괴석을 지나 남쪽 끝 선바위까지 이어진다. 선바위는 어부들이 출어 전 무사 항해를 기원하던 신앙의 대상이다.

해안가에서는 '뱅부여'라는 독특한 풍경도 만날 수 있다. 썰물이 되면 바닷물이 빠져나가면서 작은 웅덩이가 남는데, 마치 자연이 만든 '독살'과 같다. 물고기가 갇혀 살아가는 모습이 신기해 많은 여행객들의 발길을 붙든다.


고대도에선 내년 봄 제1회 섬비엔날레도 열린다. '움직이는 섬, 사건의 수평선을 넘어'를 주제로 24개국 70여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대규모 문화예술 행사로, 고대도와 인근 원산도의 빈집, 창고, 항구, 해안도로가 전시장으로 변신한다. 두 섬에서 시작한 섬비엔날레는 이후 삽시도, 장고도, 효자도로까지 무대를 넓힐 예정이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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