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문턱서 룰 위반? "이제 안 기다립니다"… KPGA, 디오픈식 '워킹 레프리' 전격 도입

파이낸셜뉴스       2026.06.07 13:14   수정 : 2026.06.07 13:14기사원문
3·4R 챔피언 조 밀착 마크… 심판 호출 대기시간 없애고 경기 리듬 '최상' 유지
개막전부터 파격 실험 주도한 최병복 위원장, "판정 신속성·일관성 극대화"
'디 오픈' 등 세계적 메이저 대회 운영 철학 반영… 공정성·선수 신뢰 두 마리 토끼 잡았다



【경남(양산)=전상일 기자】한국프로골프(KPGA) 투어가 고질적인 늑장 판정을 근절하고 경기 흐름을 극대화하기 위해 '카트'를 버렸다. 심판이 선수와 함께 코스를 걷는 선진국형 시스템, '워킹 레프리(Walking Referee)' 제도를 전격 도입하며 투어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다.

KPGA 투어는 2026시즌 개막전부터 워킹 레프리 제도를 시행 중이다.

현재 경남 양산 에이원CC에서 열리고 있는 '제69회 KPGA 선수권대회 with A-ONE CC' 현장에서도 이 제도가 빛을 발하고 있다.

워킹 레프리는 경기위원이 카트 대신 선수들과 같은 보폭으로 코스를 걸으며 현장을 밀착 마크하는 제도다. 룰 해석이나 구제 상황 등 재정이 필요할 때, 선수가 심판을 호출하고 기다리는 수 분간의 '마의 시간'을 없애 즉각적인 판정을 내리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파격 제도의 배경에는 올 시즌 취임한 최병복 경기위원장의 뼈저린 현장 경험이 녹아있다. 우승 경쟁이 치열한 챔피언 조일수록 애매한 판정 대기 시간이 선수의 멘탈과 경기 흐름에 치명적인 타격을 준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운영 방식은 체계적이다. 이상선, 유진복 경기위원 팀장이 교대로 아웃코스와 인코스를 책임지며, 무빙데이인 3라운드와 최종 라운드에 한해 챔피언 조를 중심으로 바로 앞 조까지 밀착 지원한다.

이상선 팀장은 "선수 곁에 있다 보니 대기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고,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며 "상황의 전후 맥락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기 때문에 판정의 일관성과 신뢰도 역시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유진복 팀장 또한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만, 선수들이 흐름을 잃지 않고 박진감 넘치는 우승 경쟁을 펼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선수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대만족'이다.

챔피언 조에서 경기를 치른 선수들은 분실구나 OB(아웃오브바운즈) 상황처럼 예민한 순간에 손만 들면 즉시 심판이 다가오는 점을 가장 크게 반겼다. 곁에 심판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공정성에 대한 믿음과 심리적 안정감을 동시에 얻는다는 평가다.

이는 세계적인 골프 대회의 흐름과도 궤를 같이한다. 브리티시 오픈(디 오픈)을 주관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이미 전 조에 워킹 레프리를 동행시켜 신속하고 정확한 판정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KPGA 투어 역시 이번 제도를 통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최병복 위원장은 "해외 투어에선 일반적이지만 우리는 인력 한계로 미뤄왔던 숙원 사업이었다"며 "젊고 기동성 있는 경기위원 체계를 구축해 앞으로도 이 제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판정을 서두르는 것을 넘어, 선수들의 숨소리까지 함께 호흡하는 KPGA의 '워킹 레프리'. 투어의 품격을 높이는 새로운 기준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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