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들어 평균환율 1490원…외환위기 후 최고 수준
뉴스1
2026.06.07 13:23
수정 : 2026.06.07 18:39기사원문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올해 2분기 들어 달러·원 환율 상승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 기간 평균 환율이 1500원에 근접해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고환율이 투기 수요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외국인의 달러 실수요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환당국의 개입이 별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다.
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분기 들어 지난 5일까지 평균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490.98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998년 1분기 1596.88원 이후 약 2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들어 평균 환율도 1477.06원으로,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 연평균 1420.97원을 이미 크게 웃돌고 있다.
이같은 환율 상승세는 최근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 6일 오전 2시 서울외환시장 야간거래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일 주간거래 종가보다 19.9원 오른 1559.0원에 마감했다.
환율은 야간거래 막판 상승 폭을 키우며 장중 한때 1561.5원까지 올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0일 1561.0원 이후 최고치다.
앞서 5일 주간거래에서도 환율은 전일 주간 종가 대비 9.4원 오른 1539.1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1529원에 출발한 환율은 장 초반 코스피 급락과 함께 1540원 선을 돌파했고, 오전 10시 27분쯤 1549.1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최근 원화 약세는 주요국 통화와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이달 들어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일주일 새 3.48% 하락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 루블화(-3.54%)에 이어 주요국 중 두 번째로 낙폭이 컸다.
같은 기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1.2% 오른 것과 비교해도 원화 약세 폭은 컸다.
일본 엔화(-0.65%), 중국 역외 위안화(-0.38%), 대만 달러(-0.55%) 등 다른 아시아 통화보다 하락률이 높았고, 인도네시아 루피아(-0.87%), 칠레 페소(-2.71%), 태국 밧(-1.10%) 등 다른 신흥국 통화보다도 낙폭이 컸다.
외국인 주식 매도에 역송금 수요 확대…수출 호조에도 달러 공급 약화
최근 원화 약세를 가파르게 만든 직접 변수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다.
외국인은 지난 5일에도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 5000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며 20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갔다.
올해 들어서는 총 118조 원 넘게 순매도했다. 중동전쟁 전후인 올해 2~3월 대거 빠져나갔던 외국인 자금은 4월 한 달 순매수로 돌아섰지만, 5월에는 다시 44조 원 넘게 빠져나갔다. 6월에도 4거래일 동안 18조 원 넘는 순매도를 기록 중이다.
중동전쟁과 고유가, 미국 국채금리 상승 등 대외 변수는 이미 환율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었지만, 최근 장중 급등을 만든 직접적인 수급 요인은 외국인 주식 매도라는 게 당국과 시장의 공통된 인식이다.
최근 환율 상승은 투기적 베팅보다 역송금 수요, 즉 실수요 달러 매수에 의해 밀려 올라가는 성격이 강하다.
수출 호조가 곧바로 환율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는 282억 9000만 달러 흑자로 월간 기준 역대 두 번째 규모를 기록했다. 그러나 기업들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국내로 들여와 곧바로 원화로 환전하는 유인이 과거보다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물가 상승과 고용 호조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전망에 무게가 실린 점도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 5일 발표된 미국 5월 고용 지표가 예상 밖 호조를 보이자 연내 금리 인상 전망이 힘을 받았고, 달러인덱스는 2개월 만에 100선을 넘어섰다.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의 변동성도 영향을 주고 있다.
NDF는 일정 시점에 외환을 정해진 환율로 매매하기로 약속한 선물환의 일종이다. 실제 통화 인수도 없이 계약 환율과 만기 시 현물환율의 차액만 거래한다. 거래량이 제한적이고 역외에서 형성되는 가격인 만큼 외환당국의 대응도 역내 시장보다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서울 외환시장 휴장일이었던 지난 3일 뉴욕 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 환율이 1530원대로 뛰면서 이튿날 역내 주간 거래 개장 직후 환율 상승을 자극했다.
주간보다 거래량이 적어 역외 시세의 영향력이 큰 야간거래에서 환율이 더 큰 폭으로 오르는 현상도 반복되고 있다. 지난 4일 주간 거래에서 1520~1530원대에 머물던 환율은 야간거래에서 1540원대로 올라섰고, 이튿날에도 야간거래에서 전고점을 갈아치웠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투기적인 움직임이면 구두개입, 미세조정, 실개입이 확실한 시그널이 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며 "실수요 때문에 가격이 올라갈 때 외환보유액을 써버리면 실탄을 소진하고도 못 막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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