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다 지은 미분양' 2201호… 할인분양에 세제 혜택 묶는다
파이낸셜뉴스
2026.06.07 14:49
수정 : 2026.06.07 14:49기사원문
전국 첫 주택 상생프로젝트 추진
준공 후 미분양 전체 82% 차지
8개 사업장 800호 우선 홍보
취득세 감면·잔금유예 통합 안내
읍면 고분양가·건설경기 부담 완화 주목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에서 다 지어 놓고도 팔리지 않은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전체 미분양의 80%를 넘어서면서 제주도가 민간 사업주체와 함께 할인분양과 세제 혜택을 묶은 해소책을 꺼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민간 사업주체와 함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줄이기 위한 '제주 주택 상생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제주도는 이 같은 통합 홍보 방식이 전국에서 처음 시도되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 다 지은 집이 안 팔린다… 준공 후 미분양 82%
제주 미분양의 핵심 문제는 준공 후 미분양이다. 2026년 4월 기준 제주지역 미분양 주택은 2700호다. 이 가운데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201호로 전체의 82% 수준을 차지한다. 다 짓기 전 팔리지 않은 물량보다 입주할 수 있는 상태인데도 계약자를 찾지 못한 주택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뜻이다.
준공 후 미분양은 주택시장 침체의 체감도가 더 크다. 공사가 끝난 뒤에도 분양대금 회수가 늦어져 사업주체의 자금 부담이 커지고, 금융비용과 관리비용도 쌓인다. 지역 건설업체와 협력업체, 자재·인력 시장에도 부담이 번질 수 있다. 제주도가 준공 후 미분양을 따로 떼어 대책을 세운 이유다.
제주 미분양이 많은 배경은 여러 요인이 겹쳐 있다. 먼저 분양가와 입지의 괴리가 크다. 제주에서는 관광지 개발과 제주살이 열풍, 외지인 투자 수요를 기대한 주택 공급이 이어졌고, 일부 읍·면 지역에서는 실수요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고분양가 주택이 공급됐다. 도심 생활권과 달리 일자리, 학교, 병원, 대중교통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약한 지역에서는 가격이 높을수록 실거주 수요를 끌어들이기 어렵다.
외지인과 투자 수요가 예전 같지 않은 점도 부담이다. 과거 제주 주택시장은 도외 거주자의 세컨드하우스 수요와 투자 기대가 가격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둔화, 관광 소비 위축, 제주 체류 수요 변화가 겹치면서 투자형 매수세가 약해졌다. 실수요자는 가격을 따지고, 투자자는 수익성을 따지면서 고가 미분양 주택의 해소 속도가 느려진 구조다.
제주만의 비용 구조도 있다. 섬 지역 특성상 건축 자재와 장비, 인력 이동에 물류비가 더 붙는다. 공사비 상승기에 이런 비용은 분양가에 반영되기 쉽다. 여기에 과거 토지 가격 상승분까지 겹치면 사업주체가 분양가를 낮추기 어려워지고, 소비자는 가격이 높다고 판단하는 간극이 생긴다.
거래 회복세도 아직 충분하지 않다. 주택 매매거래가 일부 늘어도 5년 평균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전월세 거래가 매매보다 더 활발한 흐름도 나타난다. 집을 사기보다 관망하거나 빌려 사는 선택이 늘면 미분양 해소에는 시간이 더 걸린다. 제주 주택시장에서는 가격 조정, 금융 부담 완화, 입지 정보 제공이 함께 이뤄져야 매수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 할인분양에 세금 감면까지… 관건은 '가격 신뢰'
제주도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10호 이상인 사업장 23곳과 협의했다. 이들 사업장의 전체 물량은 2624호,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309호다. 제주도는 이 가운데 최종 8곳, 전체 1330호 중 준공 후 미분양 800호를 사업 대상으로 확정했다. 6월부터 도 안팎으로 통합 홍보에 나선다.
핵심은 정보의 한곳 제공이다. 미분양 주택을 사려는 사람은 그동안 사업장별 할인 조건, 잔금 유예 여부, 제공 품목, 세금 혜택을 따로 확인해야 했다. 제주 주택 상생프로젝트는 민간 혜택과 공공 세제 지원을 함께 정리해 보여준다. 매입자가 실제 부담해야 할 비용을 비교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세제 혜택도 결합된다.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가운데 85㎡·6억원 이하 주택을 취득할 경우 다주택자와 법인 중과를 제외하고 취득세 일반세율 1~3%가 적용된다. 취득세와 원시취득세 감면도 이뤄진다. 법정 감면 25%에 조례 감면 25%를 더하는 방식이다.
제주 차원의 추가 지원도 있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 가운데 149㎡·6억원 이하 주택을 취득할 때 다주택자와 법인의 취득세 중과세율을 4%포인트 낮춘다. 3주택자는 8%에서 4%로, 4주택 이상과 법인은 12%에서 8%로 낮아진다. 적용 시한은 2026년 12월까지다.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관련 혜택도 있다. 1주택을 보유한 1세대가 2024년 1월 10일부터 2026년 12월 31일까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 가운데 85㎡·7억원 이하 주택을 취득하면 1세대 1주택자로 보는 특례가 적용된다.
다만 세제 혜택만으로 미분양이 곧바로 해소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집값 하락 우려, 생활권 선호, 교통과 교육·의료 접근성, 관리비 부담, 향후 매도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따지는 수요자가 많기 때문이다. 세금 감면은 매입 문턱을 낮출 수 있지만, 주택 가격 자체와 입지 경쟁력이 함께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
제주도는 누리집을 활용한 정보 제공도 강화한다. 미분양 현황과 제주 지역 주택 관련 자료를 한데 모으고, 도외 거주자가 미분양 주택 주변 현황과 기반시설을 살펴볼 수 있도록 드론 영상과 주택 유형별 시공 사진도 제공한다. 제주에 직접 오기 어려운 매수 희망자가 주변 도로, 생활 기반시설, 경관, 주택 배치 등을 먼저 살펴볼 수 있게 하겠다는 뜻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민간 사업주체에도 가격 조정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공공이 통합 홍보를 지원하는 대신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할인분양과 잔금 유예 등 실질 혜택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분양 해소의 관건은 매수자가 "이 가격이면 살 만하다"고 판단할 조건을 만드는 데 있다.
제주도 입장에서는 건설경기 연착륙도 중요한 과제다. 준공 후 미분양이 길어지면 신규 사업 위축과 고용 감소, 지방세수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무리한 수요 부양은 가격 조정 지연이나 투자 수요 자극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실수요자 보호와 시장 정상화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제주 미분양 문제를 단기간 판촉으로만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읍·면 지역의 고분양가 주택, 외지인 투자 수요에 기대어 설계된 상품, 도심 생활권과의 접근성 차이,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이 함께 만든 구조적 재고이기 때문이다. 결국 가격 현실화, 생활 인프라 정보 공개, 임대 전환, 수요 맞춤형 주택정책이 함께 가야 한다.
박재관 제주도 건설주택국장은 "제주 주택 상생프로젝트를 통해 주택 가격에 대한 도민 우려를 덜고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줄이도록 민관이 함께 힘쓰겠다"고 말했다.
제주 주택 상생프로젝트의 성패는 8개 사업장 800호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지에 달렸다. 세금 감면과 민간 혜택을 한눈에 보여주는 통합 홍보는 출발점이다. 제주 주택시장에 쌓인 준공 후 미분양을 줄이려면 소비자가 납득할 가격과 생활권 경쟁력,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함께 제시돼야 한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