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수사 속도…고발인 "선관위 책임 져야"

파이낸셜뉴스       2026.06.08 10:44   수정 : 2026.06.08 10:44기사원문
고발장 접수 하루 만에 서울청 광수대 배당
나흘 만에 첫 고발인 조사...합수본 출범 전 수사 속도
경찰, 인쇄업체·선거 사무 동원 공무원 등 조사



[파이낸셜뉴스] 6·3 지방선거 본투표 당일 서울 일부 투표소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을 고발한 시민단체가 경찰에 출석해 선관위의 책임 규명을 촉구했다. 경찰은 고발장 접수 하루 만에 사건을 배당한 데 이어 나흘 만에 고발인 조사에 나서는 등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8일 오전 김순환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 사무총장을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김 사무총장은 조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투표소 약 50곳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국민들이 투표를 하지 못했다"며 "선관위가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특히 투표용지 인쇄 예산과 실제 인쇄 물량의 차이를 문제 삼았다. 중앙선관위는 통상 선거인 수의 110% 수준을 기준으로 투표용지 인쇄 예산을 편성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지난해 개정된 지방선거 관리 지침에는 사전투표율과 과거 선거 투표율 등을 고려해 선거일 투표용지를 선거인 수의 50% 수준까지 축소 인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서울 송파구 14곳을 포함해 전국 50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지역 선관위는 해당 지침에 따라 인쇄 물량을 줄인 반면, 다른 지역은 투표율 상승 가능성을 고려해 기존 수준을 유지하는 등 지역별 대응에도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무총장은 "110% 기준으로 예산을 확보해 놓고 실제로는 50%만 인쇄했다면 나머지 예산은 어떻게 사용된 것이냐"며 "이 부분이 바로 업무상 횡령 의혹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선관위가 그동안 헌법상 독립기관임을 강조해 왔지만, 국민의 권리만 빼앗긴 것이 아니라 세금 문제와도 직결된 사안인 만큼 중대한 범죄 의혹으로 다뤄져야 하는 사안"이라며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등을 통해 관련 예산이 어떻게 집행됐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사 진행 속도에 대해서도 "선거가 끝난 직후부터 정부와 국회가 진상 규명에 나서고 수사를 독려했어야 했다"며 "국민의 선거권이 침해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대통령, 국회의원 등을 포함한 각계각층 인사들은 이를 남 일처럼 볼 것이 아니라 책임 있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민위는 지난 3일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선관위 관계자 6명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이후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를 추가한 고발장도 제출했다. 경찰은 그동안 선거 종사자들이 참여한 대화방 자료를 확보한 뒤 선거 사무에 동원된 공무원과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하지 못한 시민들을 조사해 왔다. 또 투표용지 인쇄 업체들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날 고발인 조사를 마친 뒤 고발 내용의 사실관계와 법리 검토를 이어갈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검찰 합동수사본부가 본격 운영될 때까지 관련 절차에 따라 필요한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합수본은 현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을 중심으로 선거 사건 수사 경험이 있는 검찰·경찰 인력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꾸려질 전망이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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