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름장에도 겁먹지 않는 시장···환율 1600원 시대

파이낸셜뉴스       2026.06.08 11:34   수정 : 2026.06.08 14:47기사원문
시초가 1555.2원..17년 3개월 만에 최고치
한미금리차 확대..달러 미국으로 빨려들어가
외국인 매도세 가속화..경상수지 규모 웃돌아

[파이낸셜뉴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내리막을 걷고 있다. 1600원을 줘야 1달러를 살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좁혀지지 않는 한미 금리차를 토대로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매도세가 가세하며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외환당국이 손쓸 여지는 크지 않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6.1원 상승한 1555.2원에 장을 시작했다. 시초가 기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9년 3월 6일(1590.0원) 이후 17년 3개월 만에 가장 높다.

종가가 지난달 15일부터 지난 5일까지 14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사실상 '뉴노멀'이 됐다.

물론 거시경제 환경이 달라진 만큼 과거 위기 때 환율과 같은 선상에 놓고 평가할 순 없지만, 낮은 수준이라고 볼 순 없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 평가다. 지난 5일엔 야간 거래를 1559.0원으로 마치며 1600원에 바짝 붙었고, 공항에서 달러 현찰을 살 때의 구매 환율은 이미 그 선을 넘어섰다.

이 같은 환율 상승세의 기반은 한미 금리의 격차다. 기준금리뿐 아니라 그보다 외환시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시장금리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4.5%, 30년물은 5.0%대로 올라서있다. 시장금리가 높은 쪽으로 달러가 빨려 들어가면서 '강달러, 약원화' 구도는 보다 견고해진다.

미국 5월 비농업 고용이 17만2000명 증가로 나오며 예상치(8만5000명)를 웃돌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인 점도 시장을 자극했다. 경제가 비교적 탄탄하니 중동 사태에 따른 고유가로 인해 뛰고 있는 물가 억제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포트폴리오 비중 조정, 차익 실현 등의 목적으로 국내 주식을 팔아 얻은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면서 가해지는 환율 상방 압력도 있다. 외국인은 지난 5일 기준 최근 한달 동안 59조원어치 이상을 국내 주식시장에서 순매도 했다. 이는 지난 4월 경상수지(282억9000만달러·약 43조8000억원)를 웃도는 금액이다.

해당 경상수지는 역대 2위 기록으로, 4월 기준으론 역대 최대다. 실물 경제에서 성과를 내도 금융 부분에서 환율을 띄울 재료들이 이를 전부 상쇄하고도 소진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문홍철 DB증권 연구원은 "수출이나 경상수지상 달러 수급과 환율은 서로 관련 없이 가고 있어 기존 설명 모델이 붕괴하고 있다"며 "최근 통화 약세 국가들의 공통점은 '외환 규제가 강하고 외환보유고를 통해 정부가 환율을 조작하는 통화'"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시장에서 외환당국 영향력이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투기적 거래 적발 시 엄청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하며 "과도한 변동성과 일방향 쏠림 현상은 용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기대심리가 환율 상승 쪽으로 형성돼있는 만큼 그 효과는 미미했다. 오히려 과거와 달리 구두개입은 으름장이 아닌 당국의 불안으로 해석되고 있기도 하다.

외환당국이 물리적으로 대응할 방안도 마땅치 않다.
사실상 원화 하방 압박을 낮추기 위해 달러를 매도하는 게 유일한 수단이다. 하지만 이를 위한 외환보유액이 약 4300억달러이지만 그 이자·수익으로 연 200억달러 대미 투자자금을 조성해야 해 환율 방어용으로 무작정 풀 순 없는 실정이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무서운 이유는 상승할 것이란 기대가 달러 매수 일방향의 수급 쏠림을 만들고 그것 때문에 실제 더 뛰는 자기실현적 성질"이라며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매파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약세 재료가 순차 해소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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