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지 부족 시위, 오후 3시 최대 1만2천명...경찰에 박수치고 쓰레기 정리
파이낸셜뉴스
2026.06.08 15:38
수정 : 2026.06.08 15:3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 시위가 나흘째 이어졌지만, 경찰병력 교대에 박수를 보내거나 스스로 쓰레기를 정리하는 등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였다.
8일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에 모인 시민들은 "절차의 공정성이 훼손됐다"거나 "재선거"를 반복해 외치며 정부의 응답을 요구했다. 시민들은 중앙 입구와 경기장 일대 모든 출입구에 집결했으며, 개표소 주변에도 운집했다.
밤새 출입문에 투표함이 나가는지를 살펴봤다는 A씨(40대)는 "몸은 고되고 피곤하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누가 시켜서 나온 게 아니라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봤다. 힘들어도 끝까지 문제 제기는 해야 한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고성이나 언쟁, 욕설은 줄었다. 대신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출동한 경찰이 교대하자, 박수를 보냈고, 이동 과정에서도 차례를 지켰다. 또 쓰레기를 한 곳에 모아 정리하거나 태극기를 버리지 말고 다음 참가자를 위해 반납해달라고 안내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서울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올림픽공원 내 체류 인구는 1만~1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60대 이상이 25.2%로 가장 많았으나, 10~20대도 22.3%에 달했다. 10명 중 2명 이상은 청년이라는 의미다. 또 30대는 18.0%, 40대 18.8%, 50대 15.8%로 기록됐다.
서울 관악구 주민 김정균씨(32세)는 "집회와 시위는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국민의 권리이고, 이번에도 선거 관리 문제에 항의하기 위해 시민들이 모인 것"이라며 "(일부 참가자의 주장처럼) 오히려 시위라는 표현을 피하려고만 하면 우리가 주장하는 참정권 문제의 의미도 흐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긴 시위가 이어지면서 참가자들 사이의 신경전도 일부 벌어졌다. 개표소인 체육관으로 들어가는 짐을 일일이 확인하려는 참가자들과 이에 반발하는 참가자 사이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선관위 관계자나 개표 관련 물품의 출입을 감시해야 한다는 주장과 과도한 통제가 시위 취지를 흐린다는 반응이 엇갈렸다.
B씨(20대)는 "확인이 필요하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미성년자 (핸드볼) 선수들까지 과도하게 몰아붙이는 것은 선을 넘는 일"이라며 "우리가 문제를 제기하러 온 것이지, 무고한 사람들에게 위협을 주려고 온 건 아니지 않느냐"고 다른 참가자들을 설득했다.
■선관위 수사 속도...4건 접수
한편 시민사회단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를 고발한 사건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같은 날 오전 김순환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 사무총장을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 사무총장은 조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투표소 약 50곳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국민들이 투표를 하지 못했다"며 "선관위가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특히 투표용지 인쇄 예산과 실제 인쇄 물량의 차이를 문제 삼았다. 중앙선관위는 통상 선거인 수의 110% 수준을 기준으로 투표용지 인쇄 예산을 편성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지난해 개정된 지방선거 관리 지침에는 사전투표율과 과거 선거 투표율 등을 고려해 선거일 투표용지를 선거인 수의 50% 수준까지 축소 인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서울 송파구 14곳을 포함해 전국 50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지역 선관위는 해당 지침에 따라 인쇄 물량을 줄인 반면, 다른 지역은 투표율 상승 가능성을 고려해 기존 수준을 유지하는 등 지역별 대응에도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부분이 바로 업무상 횡령 의혹의 핵심"이라며 "선세금 문제와도 직결된 사안인 만큼 중대한 범죄 의혹으로 다뤄져야 하는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서민위가 직무유기, 직권남용,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한 선관위 관계자는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 등 6명이다. 경찰은 그동안 선거 종사자들이 참여한 대화방 자료를 확보한 뒤 선거 사무에 동원된 공무원과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하지 못한 시민들을 조사해 왔다. 또 투표용지 인쇄 업체들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고발인 조사를 마친 뒤 고발 내용의 사실관계와 법리 검토를 이어갈 방침이다.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사건은 모두 4건이 접수됐다"며 "합수본이 설치되면 차질 없이 운영될 수 있도록 수사 로드맵에 따라 기초수사를 신속히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장유하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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