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대만서 가전 1위가 된 비결은..."작지만 강한 시장에 철저히 맞췄다"

파이낸셜뉴스       2026.06.09 10:00   수정 : 2026.06.09 14:50기사원문
김건일 LG전자 대만 법인장 인터뷰
현지 맞춤형 제품 전략으로 시장 공략
스타일러·세탁기·제습기 등 대만 1위 차지해



【타이베이(대만)=정원일 기자】"대만 시장은 작지만 소비자 반응이 빠른 시장이다. LG전자는 새로운 제품을 계속 선보이고 있고, 성장의 힘을 확인하고 있다."

김건일 LG전자 대만법인장은 지난달 31일 대만 타이베이 신의구 원동백화점의 LG전자 매장에서 대만 시장의 특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작은 섬나라지만, 프리미엄 가전 수요와 신기술 수용성이 높아 LG전자에게는 아시아 시장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전략적 시험대라는 의미다.

■스타일러, 세탁기 현지 맞춤 판매 전략 먹혔다

대만 시장 규모는 크지 않지만, LG전자는 현지 생활환경에 맞춘 제품 전략과 지속적인 신제품 투입을 통해 차별화에 성공했다. 습한 기후와 좁은 주거공간, 반려동물 문화 등 대만 소비자의 생활방식을 면밀히 반영한 결과다. 대만 법인은 최근 5년간 평균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상위권 법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대표 사례는 LG 스타일러다. 대만은 연평균 습도가 75%에 달하고 비가 많은 기후 특성을 갖고 있다. 오토바이 이용률이 높아 외부 오염물질에 대한 민감도도 크다. 여기에 사스(SARS)와 코로나19를 거치며 위생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LG전자는 이러한 특성을 반영해 스타일러를 단순 의류관리기가 아닌 위생·살균 가전으로 포지셔닝했다. 현지 반응은 판매 실적으로 이어졌다. 대만 현지에서 스타일러 판매량이 연평균 약 50%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다. 한국을 제외하면 스타일러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시장이 대만이다.

김 법인장은 "대만 고객 상당수는 스타일러를 현관 앞에 두고, 귀가 후 외투나 옷에 묻은 먼지와 냄새를 바로 관리하는 용도로 활용한다"며 "스타일러를 세탁기처럼 반드시 필요한 필수 가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LG 워시타워 역시 대만 시장에서 성공 사례로 꼽힌다. 좁은 주거공간과 높은 습도, 전기요금 부담이라는 현지 특성을 반영한 결과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상하 일체형으로 결합하고 히트펌프 기술을 적용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였다. 김 법인장은 "430만원 수준의 워시타워를 처음 출시했을 때 연간 1만대 판매 목표를 제시하자 모두 웃었다"면서도 "결과적으로 목표를 훌쩍 넘겼고 대만법인에서 22년만에 처음으로 제품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게 된 주역이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LG전자는 대만 세탁기 시장에서 약 32% 점유율로 선두주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스타일러와 TV, 세탁기 등 주요 가전은 물론 공기청정기·제습기 등 대만의 기후 환경에 특화된 소형 가전에서도 LG전자는 대만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제습기와 공기청정기는 글로벌 사업에서 대만이 핵심 시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AI 편의성 높이고 구독으로 고객 경험 확장

현지 맞춤형 제품 전략과 함께, AI 기능에 대한 고민도 대만 시장 공략에 주효했다. 대만은 세계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대표 국가로 꼽힌다.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이해도와 수용성이 높고 소비자들의 제품 안목도 까다롭다.

LG전자가 AI에서 내세우는 강점은 오랜 가전사업으로 쌓아온 방대한 데이터다. 10여년 전부터 제품 안에 탑재한 모듈 칩들을 활용해 데이터를 축적, 단순 반복 동작을 넘어 실제 고객이 원하는 기능과 편의성을 AI로 구현한다는 점에서 경쟁사와 차별성을 가진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세탁기의 경우 AI를 통해 오염도를 스스로 분석, 세제와 물 사용량, 세탁 시간을 자동 조절한다. 이후 절감된 에너지 사용량까지 고객에게 제공하는 식이다. 전기요금이 높아 에너지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대만에서 호평받는 대표적인 기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다.

구독 사업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대만은 말레이시아에 이어 LG전자가 해외에서 두 번째로 가전 구독 사업을 도입한 국가다. 2024년 7월 시범사업 시작 당시 대만에는 가전 구독이라는 개념 자체가 희미했지만, 성장은 빨랐다. 주요 제품군 구독 판매는 최대 20배까지 껑충 뛰었다. 지난 5월 기준 에어컨 구독 판매의 경우 1년 새 50% 증가했다.
사시사철 에어컨을 가동하는 대만에서 에어컨을 주기적으로 관리해주는 서비스가 좋은 반응으로 이어진 덕이다.

구독 사업 성장을 통해 얻는 것이 비단 수익만은 아니다. 김 법인장은 "사실 구독 사업의 의미는 판매보다 고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데 있다"며 "판매 이후 고객 경험을 파악하고 이를 제품 개발에 반영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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