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보조금 3950만원… 제주, 충전소 1곳 한계 시험대
파이낸셜뉴스
2026.06.09 10:47
수정 : 2026.06.09 10:47기사원문
현대차 디올뉴넥쏘 79대 민간 보급
국비 2250만원·도비 1700만원 지원
도민·기업 대상 구매 신청 접수
7월 10일 전자추첨으로 대상자 선정
남는 재생에너지 그린수소로 저장 실험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가 수소승용차 민간 보급을 시작하며 친환경차 정책의 축을 전기차에서 수소차로 넓힌다. 전국 최고 수준인 대당 3950만원의 구매 보조금을 내세웠지만, 정책의 성패는 보조금보다 충전 인프라와 그린수소 생산·소비 구조를 얼마나 빨리 갖추느냐에 달려 있다.
9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올해 수소전기자동차 민간보급 물량은 현대자동차 디올뉴넥쏘 79대다.
신청은 오는 7월 6일까지 받는다. 제주에 3개월 이상 거주한 만 18세 이상 도민과 제주에 사업장을 둔 기업·법인·공공기관 등이 대상이다. 현대자동차 대리점에서 구매 계약을 맺고 신청서를 작성하면 대리점이 제주도에 보조금 신청을 접수한다. 대상자는 7월 10일 전자추첨으로 선정된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왜 제주가 수소차인가"라는 질문에 있다. 제주는 전국에서 전기차 보급을 가장 먼저 확대한 지역 가운데 하나다. 그럼에도 수소차 보급에 나선 배경에는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문제가 있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이 늘면 날씨와 시간대에 따라 전력 수요보다 발전량이 많은 순간이 생긴다. 전력망이 감당하지 못하면 발전기를 멈추는 출력제어가 발생한다.
제주가 추진하는 그린수소 정책은 남는 재생에너지를 버리지 않고 수소로 저장하겠다는 구상이다. 풍력·태양광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만들고, 그 수소를 버스·청소차·승용차·발전 분야에 활용하는 구조다. 수소차 보급은 그린수소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초기 시장을 만드는 단계로 볼 수 있다.
수소차는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 반응으로 전기를 만들어 모터를 돌린다. 배기관에서는 물이 나온다. 다만 친환경 효과는 수소 생산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화석연료에서 만든 수소라면 탄소감축 효과가 제한적이다. 제주가 그린수소를 강조하는 이유도 수소차 보급을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과 연결하기 위해서다.
가장 큰 장벽은 충전 인프라다. 현재 도내 수소충전소는 조천읍 함덕 그린수소 충전소 1곳 뿐이다. 수소차 구매 의사가 있어도 서귀포와 서부권 도민에게는 충전 접근성이 부담이다. 차량 가격을 보조금으로 낮춰도 충전을 위해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한다면 민간 보급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제주도는 2027년까지 서귀포와 번영로 등 충전소를 모두 4곳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수소차 보급의 성패는 이 계획이 실제 일정대로 추진되는지에 달려 있다. 충전소가 생활권별로 확충돼야 공공기관과 법인, 택시뿐 아니라 일반 도민의 구매 선택지도 넓어진다.
충전요금도 관건이다. 현재 함덕 충전소 수소 가격은 1㎏당 1만5000원 수준이다. 제주도는 정부의 그린수소 판매지원금을 활용해 공급단가를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수소 생산단가, 민간사업자 협의, 수송·저장 비용에 따라 최종 요금은 달라질 수 있다. 도민 입장에서는 차량 가격, 충전 접근성, 연료비, 정비 편의성을 함께 따져야 한다.
이번 79대 보급은 수소차 대중화라기보다 시장 형성 단계에 가깝다. 그린수소 생산시설과 충전소, 차량 수요를 연결하는 첫 시험대다. 특히 공공기관, 법인, 택시, 경유차 대체 수요가 먼저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충전소와 정비망이 충분히 갖춰지기 전까지 일반 도민의 선택은 거주지와 생활권에 따라 크게 갈릴 수 있다.
제주도는 79대 가운데 8대를 우선순위 물량으로 배정했다. 장애인, 차상위 이하 계층, 국가유공자, 다자녀 가구, 생애 최초 차량 구매자, 택시·경유차를 수소차로 바꾸는 구매자 등이 대상이다. 보조금 외에도 개별소비세 최대 400만원, 취득세 최대 140만원 감면과 공영주차장 요금 50% 감면 혜택이 주어진다.
제주도는 이번 수소차 보급 사업을 재생에너지 활용 정책과 연계해 추진하고 있다. 풍력·태양광 발전 확대에 따라 발생하는 출력제어 문제를 그린수소 생산으로 완화하고, 생산된 수소를 교통과 발전 분야에 활용하는 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수소차 이용 확대를 위해서는 충전소 확충과 수소 공급 체계 안정화, 정비·검사 기반 구축 등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남진 제주도 혁신산업국장은 "수소차는 배기가스 없이 물만 배출하는 친환경 이동수단"이라며 "충전 인프라 확충과 지원을 통해 이용 편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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