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몰래 지나는 '유령' 유조선, 국제 유가 붙잡아

파이낸셜뉴스       2026.06.10 13:24   수정 : 2026.06.10 13:24기사원문
국제 유가,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에도 배럴당 90달러 안팎
5월 3~4주에 해협 통과한 석유 210만배럴, 5월 전체 290만 배럴
이 가운데 90만배럴은 몰래 통과한 '유령 유조선'으로 운송
中 수요 감소 및 육상 송유관 운송도 공급 압박 줄여
근본 해결책 나와야, 7~8월 유가 배럴당 130달러 가능



[파이낸셜뉴스] 올해 상반기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던 국제 유가가 호르무즈해협 봉쇄에도 불구하고 90달러 안팎을 유지하면서 석유의 출처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령' 유조선들이 해협을 몰래 통과하고 있고, 중국의 수요가 줄었다고 진단했다.

호르무즈 몰래 지나는 유조선 적지 않아
미국 CNN은 9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최근 국제 유가가 안정적인 이유에 대해 호르무즈해협을 몰래 지나는 '유령' 유조선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월 이란전쟁 개전 이전 배럴당 70달러 수준이었던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지난 3월 말과 4월 말에 각각 배럴당 118달러를 기록했으나 이달 들어 내려가고 있다. 브렌트유 시세는 9일 전장 대비 2.79% 하락한 배럴당 91.62달러에 거래를 마쳤으며 10일 미국과 이란의 재충돌 소식에도 약 1% 상승한 배럴당 92.33달러에 거래됐다.

CNN은 세계 해양 석유 운송량의 약 25%가 지나던 호르무즈해협이 이란전쟁으로 약 3개월 동안 봉쇄됐다고 강조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에 따르면 전쟁 전 해당 해협을 통과한 석유는 일평균 1560만배럴이었다. JP모건은 현재 해협 통행량이 전쟁 이전 대비 약 1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난달 마지막 2주일 동안 해협을 통과한 석유 물량은 일평균 210만배럴에 달했다. JP모건의 나타샤 카네바 국제 상품 전략 대표는 지난주 고객 보고서에 "해상봉쇄와 상선 운항 감소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물량의 원유와 석유화학 제품이 여전히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적었다.

미국 에너지부의 크리스 라이트 장관 역시 9일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숫자가 1~2주일 전에 비해 "매우 의미 있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투자은행 파이퍼 샌들러의 얀 스튜어트 국제 에너지 이코노미스트는 5월에 호르무즈해협을 지난 원유 규모가 일평균 290만배럴이라며, 이 가운데 210만배럴을 실은 유조선은 이란 측에 통행료를 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머지 약 90만 배럴은 위치추적장치를 끈 유령 유조선들이 수송했다고 주장했다. 스튜어트는 "유령 혹은 비밀 운송이 (유가에) 도움이 된다"면서 "지금 유가 위기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양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국 에너지 컨설팅업체 라피단에너지그룹의 밥 맥널리 회장은 "우리는 호르무즈해협 통행량이 전쟁 전에 비해 0~10% 사이라고 보고 있지만 추가 유출(유령 운송분)을 감안하면 실제 통행량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中 수입 감소도 영향...근본 해결책 마련해야
다만 미국 에너지부의 라이트는 이러한 '유령 운송'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9일 행사에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를 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등 약 30개 국가가 전략 비축유를 방출했고, 최근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던 중국이 수입량을 일평균 400만배럴 정도로 낮췄다고 지적했다. CNN 역시 중국이 수입을 줄이면서 기존 비축유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트는 중국의 수입 감축에 대해 "그들은 전략 비축유 축적을 중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비축분 일부를 방출하고 있고, 정유소 가동률을 낮춰 제품 생산량을 줄였고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영구적 변화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파이퍼 샌들러는 사우디아라비아 동부의 유전지대와 홍해에 접한 서부 얀부 항구를 잇는 사우디의 '동서 송유관'을 통해 일평균 450만배럴이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물량은 호르무즈해협 봉쇄에도 불구하고 홍해를 통해 수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유령 운송이 석유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CNN은 미국의 전략 비축유가 이미 1980년대 초와 비슷한 수준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파이퍼 샌들러의 스튜어트는 각국의 석유 재고 감소를 강조하며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브렌트유 가격이 오는 7~8월에 배럴당 130달러에 이른다고 예상했다. 그는 이러한 가격 상승으로 인해 국제적으로 비축유를 방출하고, 석유 소비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고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너지부의 라이트는 유가 정상화 시기에 대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며 "선박들이 우회하고 있고 일부 공급망이 바뀌거나 차질을 빚고 있어서 에너지 흐름이 정상으로 회복되려면 수개월은 걸릴 것 같다"고 답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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