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감소 속 세계 주류 업계... 북중미 월드컵으로 반전 기대

파이낸셜뉴스       2026.06.10 11:44   수정 : 2026.06.10 11:4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축제인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주류 업계의 시선은 티켓 판매량이나 지정학적 긴장감이 아닌 주류 소비 감소로 고민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CNN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주류 소비의 구조적 감소가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이번 월드컵 공동개최국 중 하나인 미국에서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드컵 같은 큰 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날 전 세계 소비자들은 술집이나 집에서 경기 관람 파티를 열며 막대한 양의 술을 소비해왔다.

이에 따라 앤하이저-부시(AB)인베브와 하이네켄, 몰슨 쿠어스는 물론 세계적인 증류주 기업 디아지오는 이번 대회에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문제는 이번 대회의 주 무대인 미국의 주류 소비가 전례 없는 급감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라보방크의 음료 부문 수석 애널리스트 부르카르 네신은 "현재 미국의 주류 산업은 세계 그 어느 지역보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며 "다른 국가에서는 볼 수 없는 극적인 소비 감소가 미국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위스키 '조니워커'와 테킬라 '카사미고스' 등을 보유한 디아지오의 타격이 컸다. 디아지오의 가장 큰 시장인 북미 지역의 최근 분기 매출은 9% 감소했으며, 특히 미국 내 증류주 매출은 테킬라 수요 둔화 등의 여파로 15%나 폭락했다. 데이브 루이스 디아지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북미 시장이 여전히 우리의 가장 큰 과제"라고 털어놨다.

이에 디아지오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역사적인 파트너십을 체결해 월드컵 사상 최초로 '공식 증류주 스폰서' 자격을 얻었다.

따라서 이번 대회 기간 경기장과 공식 팬 페스티벌에서는 디아지오 브랜드의 양주만 판매된다. 월드컵 경기장에서 독주가 판매되는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릭 피네다 디아지오 글로벌 스포츠 파트너십 부사장은 "테킬라와 위스키는 축구 팬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끄는 품목"이라며 "이번 월드컵은 증류주 카테고리를 선도하고 새로운 고객을 유치할 엄청난 기회"라고 강조했다.

전통의 강자인 맥주 업계도 사활을 걸었다. 시장조사기관 IWSR에 따르면, 글로벌 맥주 판매량은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고 하이볼 등 대체 음료로 이동하면서 지난해에만 6% 감소하는 등 수년째 압박을 받아왔다.

다만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여전히 '스포츠=맥주'라는 인식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만큼, 월드컵 특수의 가장 큰 수혜는 맥주 업계가 가져갈 것으로 보고 있다.

라보방크의 네신은 이를 두고 "한 달 동안 지속되는 슈퍼볼과 같다"고 비유했다.

업체마다 이번 월드컵 마케팅을 마련해 40년 넘게 월드컵의 공식 후원사 자리를 지켜온 AB인베브는 올해 주력 제품인 버드와이저 대신 자사 최고의 히트 상품이자 저탄수화물 맥주인 '미켈롭 울트타'를 전면에 내세울 예정이다.

매 경기 MVP 선수에게 이 브랜드의 트로피를 수여하는 등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친다. 미셸 두커리스 CEO는 "사람들이 모이는 빠 중심의 프로모션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드컵 공식 스폰서는 아니지만 하이네켄도 경기 기간 빠에 투입하는 마케팅 비용을 전년 대비 200% 가까이 늘렸다.

몰슨 쿠어스는 이번 여름 축구 관련 광고 예산을 60% 증액했다. 최근 음료 시장에서 가장 가파르게 성장 중인 무알코올 맥주 시장을 겨냥해 '쿠어스 0.0%' 홍보에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과거 월드컵 개최 해에는 전 세계 맥주 판매량이 약 0.25% 증가했으며, 대회가 열리는 달에는 특정 지역 매출이 평소보다 최대 10배까지 치솟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이 주류 산업의 장기적인 침체 흐름을 완전히 뒤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냉정한 시장의 평가다.

BNP 파리바 애널리스트 케빈 그룬두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월드컵이 주류 수요의 일시적인 반등을 이끌어낼 수는 있겠지만, 거대한 소비 트렌드 자체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며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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