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부족 사태' 일주일째...'잠실 상황판'까지 등장

파이낸셜뉴스       2026.06.10 15:43   수정 : 2026.06.10 15:43기사원문
출입구별 인원·물품 현황 공유하며 온라인으로 현장 운영
지도부 선출론과 자발적 참여 유지론 의견 엇갈려
대한체육회 직원 출입 무산…체육단체 업무 차질도 계속

[파이낸셜뉴스] 10일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서울 송파구 시위가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잠실동 투표소에서 시작된 시위는 올림픽공원 개표소로 장소를 옮겨와 장기 농성에 가까운 양상으로 바뀌었다.

이날 오전 핸드볼경기장 일대에는 500명 안팎의 시위대들이 각 출입구 주변에 나뉘어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지난 주말까지 '재선거' 요구를 중심으로 모였던 구호는 투표 방식과 개표 절차 개선 요구로 확장되는 분위기였다.

시위가 길어지면서 현장 풍경도 일상에 가까워졌다. 참가자들은 라면과 과자 등으로 끼니를 해결했고, 더위를 피하기 위한 양산과 냉방용품도 곳곳에 놓였다. 밤샘 참가자를 위한 핫팩과 방충제, 모기장도 등장했다. 경기장 인근에는 커피차와 성조기 현수막을 단 대형 냉방 버스도 배치됐다.

시위가 올림픽공원 일상과 맞물리면서 일반 시민들도 자연스럽게 현장에 섞였다. 앞선 평일처럼 오후가 되자 참가자들은 자연스레 수천명 규모로 늘었다.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나온 가족이나 반려견과 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경기장 주변 손팻말을 유심히 읽었다. 발걸음을 멈추고 구호를 듣거나 휴대전화로 현장을 촬영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아이와 함께 공원을 찾은 30대 시민 A씨는 "처음에는 산책하러 왔다가 무슨 일인지 보게 됐다"며 "투표용지가 부족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현장에 와서 보니 생각보다 오래 이어지는 문제라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각 출입구 앞에서는 참가자들이 모기장 등을 설치한 채 밤새 자리를 지켰다. 시위 참가자 B씨(40대)는 "몸은 힘들지만 이렇게라도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투표용지가 부족했다는 일을 그냥 넘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장 상황도 온라인을 통해 확인이 가능해졌다. '잠실 상황판'이라는 사이트에는 구글맵과 연동된 핸드볼경기장 위치와 10개 출입구별 대기 인원, 물·음료·구급·위생용품 현황 등이 정리돼 있었다. 상단에는 현장 생중계 유튜브 채널이 연동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집회 관련 소식과 의견도 한곳에 모였다. 이날 가장 많은 시청자가 몰린 현장 생중계 채널에는 약 3000명이 접속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이트에는 후원 물품을 보내는 기능도 마련됐다. 다만 불특정 다수가 접속할 수 있는 점을 이용해 '옥중서신', '탄핵다방' 등 허위 물품 전달 신고서가 접수되는 사례도 있었다.

시위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집회 방식과 운영을 두고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참여 인원이 줄어드는 만큼 지도부를 선출해 집회를 체계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일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행동이라는 점을 유지해야 한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특정 단체가 주도하는 순간 집회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위 초반부터 이어진 자체 출입 통제를 두고 갈등도 계속됐다. 이날 오전 대한체육회 직원들이 경기장 내부 사무실 출입을 시도했지만, 참가자들이 반발하면서 결국 발길을 돌렸다. 현장에서는 "업무를 보러 온 사람은 들여보내야 한다"는 의견과 "개표소 내부 출입은 절대 안 된다"는 주장이 맞섰다. 출입 인원의 신분 확인과 동행 감시를 요구하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개표소가 위치한 올림픽공원 관리 측은 시위 장기화에도 공원 관리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는 입장이다. 공원 관계자는 "현장 관리 인력은 위급 상황에 대비해 녹화 카메라를 착용했지만, 지난 일주일 동안 실제 장비를 사용할 만한 상황은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43만평 규모의 공원을 관리하는 인력이 30~40명 수준에 그치는 만큼, 수만명이 몰리는 시위가 장기화할 경우 현장 안전과 질서 유지가 사실상 경찰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핸드볼경기장 주변에 인력을 배치해 돌발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시위 참가자들의 자체적인 검문 행위와 폭력 행위 등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전국 주요 대학 총학생회들은 이날 오후 6시께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공동 시국선언을 예고했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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