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기록유산 제주4·3… 세계 평화교육 모델로 넓힌다
파이낸셜뉴스
2026.06.10 16:56
수정 : 2026.06.10 16:56기사원문
제21회 제주포럼 4·3세션 24일 개최
등재 이후 첫 제주포럼 학술 논의
팩슨 반다 유네스코 부서장 발표
최호근 고려대 교수 좌장 맡아
기록 보존서 교육 활용으로 의제 확장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오른 제주4·3기록물을 세계 평화교육 자산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제주포럼에서 논의된다. 등재의 의미를 기념하는 데 머물지 않고 4·3의 역사적 진실, 국가폭력의 기억, 화해와 상생의 경험을 미래세대 교육으로 어떻게 전환할 것인지가 핵심 의제로 다뤄진다.
10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제21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4·3세션이 오는 24일 오후 1시 30분 제주 해비치호텔&리조트 다이아몬드홀B에서 열린다.
올해 4·3세션 주제는 '4·3과 평화교육'이다. 제21회 제주포럼 대주제인 '분열의 시대, 협력의 재구상'과 맞물려 제주4·3을 지역사의 범주에 가두지 않고 세계가 공유할 평화교육 콘텐츠로 확장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 제주4·3기록물, 기억의 보존에서 교육 자산으로
제주4·3기록물은 4·3 당시 피해와 국가폭력의 실상, 희생자와 유족의 증언, 진상규명 운동, 명예회복과 화해의 과정을 담은 자료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제주4·3의 비극뿐 아니라 진실을 밝히고 공동체 회복을 추진해 온 과정이 국제사회가 보존하고 공유할 기록 가치가 있음을 인정받은 결과다.
정확한 표현도 중요하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것은 '제주4·3 사건' 자체가 아니라 '제주4·3기록물'이다. 기록유산은 사건을 기념하는 상징물보다 더 넓은 의미를 갖는다. 피해자의 목소리, 행정 기록, 재판 자료, 진상규명 자료, 공동체 회복 과정이 함께 보존될 때 과거의 폭력이 현재와 미래 세대의 학습 자료로 전환될 수 있다.
이번 세션의 의미는 등재 이후의 과제를 묻는 데 있다.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기록의 국제적 인정과 보존을 뜻한다면 평화교육은 그 기록을 읽고 해석해 시민적 감수성과 인권 의식으로 연결하는 과정이다. 4·3을 교육 자산으로 만들려면 희생과 피해의 기억뿐 아니라 진실 규명, 명예회복, 공동체 치유, 화해와 상생의 경험까지 함께 전달해야 한다.
제주4·3은 냉전과 이념 갈등, 국가폭력, 민간인 희생, 오랜 침묵, 진상규명, 명예회복이라는 복합적 맥락을 지닌다. 세계 여러 지역의 전쟁과 학살, 국가폭력, 인권침해 기억을 다루는 평화교육과 연결할 수 있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제주가 평화의 섬을 표방해 온 만큼 4·3기록물의 교육적 활용은 지역 정체성과 국제 평화 담론을 잇는 통로가 될 수 있다.
■ 유네스코 기록유산, 평화교육 콘텐츠로 어떻게 확장할까
'4·3과 평화교육'은 4·3을 과거사 학습에 한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학생과 시민이 4·3을 통해 국가폭력이 개인의 삶과 공동체를 어떻게 파괴했는지, 진실 규명과 명예회복이 왜 필요한지, 갈등 이후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회복을 모색할 수 있는지 배우는 교육이다.
평화교육은 연표 암기보다 기록 해석에 가깝다. 피해자 증언과 진상규명 자료를 통해 국가폭력의 구조를 살피고, 혐오와 배제, 인권침해 문제를 오늘의 사회와 연결하는 교육이다.
제주4·3평화교육은 전국 교원 연수와 현장 답사를 통해 이미 확산되고 있다. 제주4·3평화재단은 제주도교육청 및 시도교육청과 연계해 4·3평화기념관과 주요 유적지를 활용한 교원 직무연수를 운영해 왔다. 세계기록유산 등재 이후에는 기록물 번역, 디지털 아카이브 접근성, 수업 자료 개발을 보강해 국내외 교육 현장으로 넓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번 세션에는 팩슨 반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부 부서장이 발표자로 참여한다. 반다 부서장은 제주4·3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과정에서 제주도와 협력하며 실무적·정책적 지원을 해 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발표에서는 세계기록유산으로서 4·3기록물이 지닌 의미와 교육적 활용 가치를 짚을 예정이다.
좌장은 홀로코스트 연구와 평화·인권교육 분야에서 활동해 온 최호근 고려대학교 교수가 맡는다. 발표와 토론에는 전우택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한건수 강원대학교 교수, 김세연 일본 백두학원 건국 유·초·중·고등학교 교사가 참여한다.
세션 구성은 4·3의 역사성과 국제 평화교육의 접점을 함께 살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홀로코스트와 전쟁, 국가폭력, 인권침해의 기억을 교육으로 전환해 온 국제 사례와 제주4·3의 경험을 비교하는 논의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와 제주4·3 관련 기관에는 등재 이후의 실행 전략이 과제로 남아 있다. 기록을 보존하는 기관 중심의 사업에서 교육 현장과 시민 학습, 국제 교류로 연결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4·3기록물을 세계가 읽을 수 있는 자료로 정리하고, 교실과 박물관, 아카이브, 포럼을 잇는 교육 구조를 만들어야 등재 효과가 지속될 수 있다.
김인영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이번 4·3세션은 4·3의 진실과 화해·상생의 가치를 평화교육으로 확장하는 자리"라며 "4·3 정신이 미래세대와 국제사회에 공유되는 평화교육 자산으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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