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수요 폭증에 반도체 팹 신설… 전력·땅·사람·물 다 갖춰야"

파이낸셜뉴스       2026.06.10 12:00   수정 : 2026.06.10 19:29기사원문
(중) '한일 경제공동체' 청사진
최태원 회장, 韓특파원단과 인터뷰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 필요성 강조
용인 팹 4기 이후 투자 청사진 밝혀
호남 패키징 공장 논의 급물살 탈듯
日소·부·장과 시너지 방안 모색도
양국 반도체산업 협력 확대 지속

【파이낸셜뉴스 도쿄·서울=서혜진 특파원 조은효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요 급증에 대응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후 추가적인 반도체 생산거점 확보 필요성을 공식 언급했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선제적 투자 행보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특히 "한국에서 안 되면 해외라도 지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 국내 추가적인 생산부지 확보 노력에 이어 해외진출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당장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호남권에 SK하이닉스 반도체 패키징 공장 유치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새 반도체 입지 조건 제시

최 회장은 지난 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닛케이포럼 '아시아의 미래' 참석 후 한국 특파원단을 만나 "AI 수요가 엄청나게 늘어 용인 팹(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이 빨라졌으며, 이후 용인의 반도체 팹 4기 구축이 다 끝나면 어딘가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추가적인 반도체 공장 건설 필요성을 시사한 것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이 지난 2019년 확정된 뒤 실제 착공까지 5년 이상이 소요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차기 생산기지 확보를 위한 검토에 나설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 전남권 반도체 공장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달 말 청와대에서 열리는 재계 총수 초청 간담회에서 반도체 공장 추가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현재 구축 중인 용인 클러스터 외에 청주를 AI 반도체 메모리 생산기지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청주 신공장인 M15X(약 20조원 투자)가 지난 4월부터 가동에 돌입했으며, M15X 인근에 패키징 팹 P&T7(19조원 규모)도 올해 4월 착공, 2027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 회장은 다만 "전력도, 땅도, 사람도, 물도 다 갖춰져야 공장을 지을 수 있다"며 "그런 것이 잘 갖춰진 곳이라면 공장을 짓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공장으로서 입지 조건이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 공장 추가 투자지역에 대해선 "무조건 한국에만 짓겠다는 것도 아닐 수 있다"며 "어디서 어떻게 짓는 것이 우리에게 더 유익한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안 되면 해외라도 지어야 하는 상황 아니겠느냐"며 "고객이나 투자 대상 국가들도 자신들이 기여한 만큼 요구하는 것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 경제연대를 양국의 어젠다로 격상시키기 위해 일본을 찾은 최 회장은 해외 지역이 일본을 포함한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현재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한일 반도체 협력 상징 '키옥시아' 윈윈 방안 모색

최 회장은 "한국과 일본은 협력할 분야가 너무 많다"며 "협력할 수 있는 영역이라면 투자를 아끼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일본시장에 대한 투자 소신도 밝혔다. 키옥시아(옛 도시바 반도체의 낸드 플래시 사업) 투자금 회수와 관련한 질문에 그는 "어디서 돈을 벌었다고 해서 모두 가져가버리면 상대국 입장에서는 좋게 볼 수 없을 것"이라며 "상대를 배려하고 협력할 분야를 계속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키옥시아 경영참여 가능성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그는 "안티트러스트(반독점)규정 때문에 경영에 관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키옥시아는 경쟁기업인 만큼 경쟁 룰을 지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경영참여는 어렵지만 다른 형태의 협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계속 대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의 주요 주주다. 지난 2018년 베인캐피탈이 주도한 한미일 컨소시엄에 참여했으며, 현재 SK하이닉스가 보유한 키옥시아 지분 가치는 약 14조원(투자금 4조원)이다. 키옥시아가 일본 반도체 산업의 전략자산인 만큼 현실적으로 인수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나, 그렇다고 해서 투자금을 회수해 버리는 조치도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윈윈'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 투자에 대해서는 "이미 일본 내 투자펀드들이 만들어져 있고 한국 기업들도 다양한 기회를 찾고 있다"며 "시장이 점점 통합되고 있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반도체 초과이윤 활용 논란과 관련해서는 "반도체 수익이 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AI"라며 "AI 투자와 생태계 확장을 통해 더 많은 산업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달 들어 대만과 한국에서 5차례나 만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의 협력에 대해선 "엔비디아가 AI 생태계를 만들었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더 많은 협력과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으며, 양측 간 협력 범위는 계속 늘어나고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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