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제외시 성장률 0.6%…韓경제 'K자 성장' 극복이 다음 과제

뉴스1       2026.06.11 06:03   수정 : 2026.06.11 09:00기사원문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뉴스1 김민지 기자


경기 안양시의 한 레미콘 공장에서 믹서트럭들이 주차돼 있다.ⓒ 뉴스1 김영운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올해 1분기 한국 경제는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전분기 대비 1.8% 성장하며 예상보다 견조한 회복세를 나타냈다. 다만 성장의 상당 부분이 반도체가 포함된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제조업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 산업 간 회복 온도차도 확인됐다.

해당 업종의 성장기여도는 1.2%포인트(p)로 전체 성장률의 약 3분의 2를 차지했다. 이를 제외하면 성장률은 0.6% 수준에 그쳐 서비스업과 건설업 등 비IT 부문의 회복세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은 수출기업 수익성 개선이 투자와 내수 진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지만, 전문가들은 반도체 중심 성장만으로는 잠재성장률 하락과 산업 간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성장률 12.5%…1분기 성장의 3분의 2 차지

11일 한국은행 경제활동별 국내총생산(GDP) 및 성장기여도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GDP는 전기 대비(계절조정 기준) 1.8% 성장했다.

산업별 성장률로 보면 반도체가 포함된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GDP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이 업종은 올해 1분기 전기 대비 12.5% 증가했다. 제조업 전체 성장률(3.9%)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성장기여도 기준으로도 쏠림은 뚜렷했다. 올해 1분기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제조업의 성장기여도는 1.2%포인트(p)로 집계됐다. 전체 GDP 성장률 1.8% 가운데 약 3분의 2가 해당 업종에서 나온 셈이다.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는 반도체가 포함된 산업 분류다. 해당 항목에는 반도체뿐 아니라 전자부품, 컴퓨터, 통신장비, 광학기기 등이 함께 들어간다. 다만 한은 설명에 따르면 최근 1분기 증가세에는 반도체 등 IT 품목 호조의 영향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업종의 성장기여도 1.2%p를 제외하면 나머지 산업의 성장기여도는 0.6%p 수준이다. 전체 성장률은 1.8%로 높아졌지만, 반도체 포함 업종을 걷어내면 실질 성장률이 크게 낮아진다는 의미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쏠림은 확인된다. 실질 기준 올해 1분기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GDP는 전년 동기 대비 23.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GDP 성장률(3.8%)과 제조업 성장률(7.2%)을 크게 웃돈 수치다.

성장기여도 역시 높았다. 원계열 실질 기준 올해 1분기 전체 GDP 성장률 3.8% 가운데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제조업의 성장기여도는 1.7%p였다. 해당 업종을 제외한 나머지 산업의 성장기여도는 2.1%p 수준이다.

전기 대비 제조업 전체 성장기여도는 1.1%p였다.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제조업의 기여도가 제조업 전체보다 큰 것은 일부 제조업 업종의 기여도가 마이너스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실제 운송장비 제조업은 1분기 성장률을 0.2%p 끌어내렸다.

수출가격 상승 영향이 크게 반영된 1분기 명목 GDP와는 달리, 실질 GDP는 물가 영향을 조정한 생산 활동 지표다. 실질 기준 성장기여도에서도 반도체 포함 업종의 기여도가 두드러진 만큼 가격 효과와 별개로 생산 측면의 산업별 쏠림이 확인된 셈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K자형 성장을 보려면 명목보다 실질 지표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명목 지표에는 가격 상승 효과가 섞일 수 있는 만큼, 물가 영향을 조정한 실질 지표를 통해 실제 생산과 회복 흐름을 봐야 한다는 취지다.

서비스·건설은 0.5%p 기여…내수 온기 확산은 제한적

비IT 부문, 특히 내수와 맞닿은 서비스업과 건설업의 성장기여도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실질GDP 기준(계절조정) 올해 1분기 서비스업의 성장기여도는 0.4%p, 건설업은 0.1%p였다. 서비스업과 건설업을 합쳐도 0.5%p로,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제조업 단일 업종의 성장기여도(1.2%p)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서비스업 내부에서는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 금융 및 보험업, 사업서비스업이 각각 0.1%p씩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반면 운수업, 정보통신업, 부동산업, 교육서비스업, 의료·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문화 및 기타서비스업의 전기 대비 성장기여도는 0.0%p 수준에 머물렀다.

전년 동기 대비로 보면 서비스업의 성장기여도는 1.9%p로 높아진다.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이 0.5%p, 금융 및 보험업이 0.4%p, 의료·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이 0.3%p 기여했다. 다만 건설업은 전년 동기 대비 성장기여도가 -0.1%p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성장률 기준으로도 서비스업은 전기 대비 0.6%,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다. 건설업은 전기 대비로는 2.2% 증가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3.9% 감소했다. 소비·서비스 부문은 완만히 회복됐지만 건설 부진이 이어지며 내수 전반의 회복이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건설업은 내수 경기의 체감도와 고용, 자재·장비 등 후방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업종인 만큼, 건설 부진은 비IT 부문의 회복세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한국은행은 반도체 가격 상승과 수출기업 수익성 개선이 향후 내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김화용 한은 국민소득부장은 1분기 국민소득 설명회에서 "기업의 수익성 개선에 의한 명목 GDP 확대는 정부의 재정 부담을 크게 완화하는 가운데 내수 진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영업이익 확대는 법인세 증가로 재정 안정뿐 아니라 미래 산업 육성 등 구조개혁을 통한 잠재성장률 제고에 필요한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R&D(연구개발)와 설비투자 확충을 통해 내수 진작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재정을 통한 보완에도 한계가 있다고 봤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정부는 반도체 수입에서 늘어난 세수를 재정으로 보완하려고 하지만, 일시적일 뿐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반도체 특수 때문에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높게 나타나는 현상은 지속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K자형 성장을 완화하려면 반도체 이외 산업의 생산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전 산업에서 생산성이 높아지거나 기술 진보가 생기는 게 필요하다"며 "다른 산업에서도 생산성과 기술 진보가 나와야 잠재성장률도 높아지면서 양극화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OECD는 최근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지난해 1.85%에서 올해 1.66%로 0.19%p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는 1.52%로 0.14%p 하락하고, 같은 해 4분기에는 1.46%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