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키운 양극화···"2년 뒤 경제 생산성 갉아먹는다"

파이낸셜뉴스       2026.06.11 12:00   수정 : 2026.06.11 12:00기사원문
상위 10% 자산점유율 1%p 상승 시 생산성 0.16%↓
우리나라는 고령화로 인한 자산 배분 비효율성 높아
부동산이 관건..고소득·고자산 계층에 몰려 있어
"부동산 중심 구조 타파..자산 형성 기회 다각화해야"

[파이낸셜뉴스] 집값 상승으로 벌어진 자산 격차가 결국 우리 경제 생산성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상위 10% 가계의 자산 집중도가 높아질수록 소비와 혁신이 위축되고, 고령층 부동산에 묶인 자산이 세대 간 이전마저 지연시키면서 성장 동력이 약화된다는 분석이다.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경제 가계 양극화의 실태와 파급영향'에 따르면 120개국의 1980~2023년 데이터를 활용한 동태패널 회귀분석 결과 자산 상위 10%의 자산점유율이 1%p 상승하면 2년 후 총요소생산성(TFP)이 0.16%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위 10% 순자산 점유율이 2022년 43.0%에서 2025년 46.1%로 올랐는데, 이 같은 분석대로면 2년 후 생산성이 상당폭 낮아질 수 있다.

이재호 한은 조사국 조사총괄팀 차장은 우리나라는 특히 고령화로 인한 자산 잠김현상이 자원 비효율을 심화시킨다고 판단했다. 자본이 혁신기업이나 신기술 분야로 유입되기보다 부동산 같은 비생산적 자산이나 고령층에 묶여 자산배분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자연히 신규 기업 진입, 혁신 활동 등도 제약될 수밖에 없다.

이 차장은 "고령 가계가 주로 보유 중인 부동산은 거주 목적의 실물자산이라는 특성상 거래·이전이 제한적이라 세대 간 자산 이전과 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며 "고령 세대 자산이 자식 세대로 넘어가는 시기가 최근 늦춰지고 있다"고 짚었다.

결국 관건은 부동산이다.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자산 격차 확대가 가계 주거비용을 높이고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청년 가계 경제활동 여력을 제약한다는 게 이 차장 인식이다.

그는 "무주택 가계의 주거비 부담에 더해 주택구입 진입장벽이 높아짐에 따라 내 집 마련을 위한 필요저축 규모가 늘어나게 된다"며 "이는 재량지출 여력을 줄이고 경제 전반의 내수활력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고자산층은 다른 계층에 비해 자산 증가에 따른 소비 확대 효과가 작다. 자산이 늘어난다고 해도 저자산층 대비 지출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강하지 않다는 뜻이다. 고령 자산층은 부동산은 가지고 있으나 현금 유동성은 제한적이라 소비에 투입할 자금이 부족하기도 하다. 고소득·고자산 가구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충격에 대한 가계 전반의 완충력을 약화시키는 셈이다.

자산·소득 양극화는 사회적 비용도 발생시킨다. 이 차장은 "근로만으로 자산 격차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노력과 보상의 연결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약화되고 세대 간 갈등이 양산된다"며 "주거비 부담으로 결혼, 출산이 제약될 가능성도 크다"고 꼬집었다.

이 차장은 이 같은 가계 불평등에 대응할 때 사후적 재분배 정책은 한계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일부 취약계층에 대한 생계비·고용 지원만으론 근원적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보단 부동산 중심의 가계 자산구조를 개선하는 게 우선이다. 과도한 기대수익을 낮춰 가계 자금을 생산적 부문으로 유도해야 한다.
이 차장은 "근로소득을 통한 자산 형성 경로가 가장 중요하고 청년층들의 창업 등 도전적인 생산 활동이 가능한 기회를 늘려야 할 것"이라며 "주식시장 등 자산 형성 경로를 다양화할 필요도 있다"고 짚었다.

이 차장은 또 "기술 발전 성과가 경제 전반에 퍼질 수 있는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며 "기술 대체 위험이 큰 직군에 대해선 선제적으로 직업훈련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 차장은 "비정보기술(IT) 산업의 어려움 타개를 위해선 조선, 방산, 원전 등 핵심 산업에 과감히 투자해 국가 성장 엔진을 다각화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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