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 명동촌서 배운 역사..조선족에 대한 우리 시선 되묻다

파이낸셜뉴스       2026.06.11 10:21   수정 : 2026.06.11 10:2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 9일, 그린닥터스 러시아 봉사단은 러시아 일정을 끝내고 중국 연변조선족자치구 용정시 명동촌을 찾았다.

의료 봉사와 문화 교류를 목적으로 떠난 이 자리에서 우리가 가장 깊이 새긴 것은 윤동주 시인의 생가와 일제강점기 이 땅 조선족들의 숭고한 희생이었다.

현지 안내인의 설명에 귀를 기울일수록 묵직한 역사가 다가왔다.

윤동주 시인이 태어나고 자란 이 마을에서는 당시 많은 조선족 노동자들이 끼니를 걸어가며 모은 돈을 독립군 자금으로 내놓았다. 식량, 약품, 은신처 제공은 물론, 직접 무장 투쟁에 뛰어든 이들도 적지 않았다. 연변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항일 무장 부대의 숨통을 이어주는 중요한 교두보였고, 조선족은 그 중심에서 민족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었다.



그런데 돌아서서 현재 우리 사회의 시선을 돌아보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조선족' 하면 가난과 범죄, 북한과의 연계 의혹을 쉽게 떠올리는 풍조가 적지 않다. 이는 특정 사례를 집단 전체로 확대하는 '일반화의 오류'임에도, 언론의 부정적 프레이밍과 단일민족 정체성의 경직된 잣대가 이러한 편견을 구조적으로 재생산해왔다.

오늘날 조선족은 중국 국적의 중국 시민이다. 그러나 민족적으로는 우리와 핏줄을 같이하며, 역사적으로는 우리 독립운동의 가장 가까운 동지였다. 그런데도 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멸시'받는 현실은 우리의 기억력과 감사함의 결핍을 드러낸다.

명동촌에서 발걸음을 옮기며 우리는 결심했다. 모국에서 조선족의 지위에 대한 재평가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첫째, 교과서와 공론장에서 조선족의 독립운동 지원사를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둘째, 언론은 조선족을 '범죄 집단' 혹은 '경제적 이방인'으로 낙인찍는 보도를 지양하고, 그들의 문화와 역사적 공헌을 조명해야 한다. 셋째, 정부 차원에서 조선족 사회와의 교류와 화해 프로젝트를 확대해, 우리가 오랫동안 빚진 역사적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들이 우리 독립을 위해 흘린 땀과 피를 기억하는 국민이라면 적어도 '가난한 조선족'이라는 낮은 시선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윤동주 시인의 별이 뜨던 그 마당에서, 우리는 부끄러움과 함께 화해의 가능성을 배웠다. 이제는 답을 실천으로 옮길 때다.


명동촌을 떠나면서 버스 안에서 그린닥터스 정근 이사장이 했던 말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그가 뱉은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은 여전히 지금도 유효하다.

글·사진 = 임종수 그린닥터스 공보이사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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