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밀어올린 美 물가 4.2%…워시의 첫 FOMC 시험대
파이낸셜뉴스
2026.06.11 10:55
수정 : 2026.06.11 10:5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3년 만에 다시 4%대를 넘어서면서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란과의 전쟁으로 유가 상승이 소비자물가를 자극했지만 이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일시적 충격으로, 연준 입장에서는 통화정책 방향을 섣불리 바꿀 사안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연준에게는 금리 인상과 인하 어느 쪽으로도 서둘러 움직이지 않을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일축하면서 연준으로서는 물가 급등에 즉각 반응해야 한다는 정치적 압박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가가 끌어올린 4% 물가
이란과의 전쟁 이전인 지난 2월 2.4%에 머물렀던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 3.3%, 4월 3.8%에 이어 5월에도 오름폭을 확대했다. 특히 에너지 가격이 전월 대비 3.9% 오르며 월간 CPI 상승분의 약 60%를 차지했다. 휘발유 가격은 전월 대비 7.0% 급등했다. 반면 근원 CPI는 전년 동기 대비 2.9%, 전월 대비 0.2% 상승하는 데 그쳐 대표지수보다는 완만한 흐름을 보였다. 근원 CPI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지표로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척도로 여겨진다.
워시의 첫 FOMC…동결에 무게
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자 시장의 시선은 연준으로 향하고 있다. 연준은 오는 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는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하는 FOMC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은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3.50~3.75% 수준이다. 지난주 발표된 5월 고용지표가 17만2000명 증가하며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인 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까지 다시 4%대를 넘어서면서 연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라는 두 가지 책무를 동시에 안고 있는 연준으로서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일시적 물가 충격과 경기 둔화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어려운 선택을 앞두고 있다.
경제 지표는 최소한 금리 동결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를 비롯한 일부 연준 인사들은 최근 금리 인하보다 오히려 올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워시 의장은 그동안 백악관의 금리 인하 압박 속에서 통화정책을 결정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제롬 파월 전 의장이 금리를 내리지 않는다며 공개적으로 비난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소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물가 상승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태도를 보이며 추가 긴축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수치가 훌륭했다. 나는 인플레이션을 좋아한다"며 전쟁이 끝나면 물가가 빠르게 안정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워시 의장으로서도 최소한 금리 인상을 둘러싼 정치적 부담은 다소 덜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날 발표된 근원 CPI가 상대적으로 완만한 흐름을 보인 점은 워시 의장의 평소 통화정책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워시 의장은 인준 청문회에서 "내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기저 인플레이션"이라며 "지정학적 변수나 특정 품목 가격 급등이 아닌 경제 전반의 물가 상승 추세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진 가운데 올해 말까지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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