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랠리에도 산업 회복 제한..."생산적 금융, 배분의 질 바꿔야"

파이낸셜뉴스       2026.06.11 14:34   수정 : 2026.06.11 14:3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주식시장 랠리 등 경기 회복 신호가 나타나고 있지만 산업 전반으로 온기가 확산되지는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이란 전쟁에 따른 공급망 충격과 고환율·고금리 부담 속에 비정보통신(IT) 주력산업과 중소기업의 회복력이 약화하고 있어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생산적 금융도 단순한 자금 공급 확대가 아니라 선별 역량 강화와 직접금융·정책금융 공조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1일 김남훈 하나금융연구소 경제산업분석팀장은 한국금융연구원·산업연구원·하나금융연구소 공동세미나에서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위한 민간금융의 방향과 역할'을 주제로 이같이 발표했다.

김 팀장은 국내 증시가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산업 경기는 부실 위험 기업 증가와 업종별 생산 격차 확대로 회복세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증시는 지난 5월 18일 기준 연초 대비 71.8% 상승했다. 반면 신용위험평가상 B등급 기업은 2021년 3169개에서 2025년 5058개로 늘었다.

산업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다. 올해 1·4분기 제조업 생산 증가율은 3.0%였지만 반도체는 14.1%, 반도체 제외 제조업은 0.2%에 그쳤다. 고위기술·중고위기술 산업군은 수출의 71%를 차지하고 생산능력도 늘어난 반면 중저위기술과 저위기술 산업군의 생산능력은 2019년 대비 각각 8.6%, 9.7% 감소했다.

김 팀장은 이 같은 구조적 격차를 좁히려면 생산적 금융이 담보와 회수 가능성 중심의 기존 자금 배분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력, 시장성, 미래 현금흐름, 무형자산 등을 평가해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으로 자금이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1·4분기 4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전년 말 대비 약 10%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 대출은 2.8% 증가에 그쳤다. 중소기업 대출에서도 부동산 담보가 4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등 유형자산 중심의 담보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김 팀장은 민간 금융의 역할로 기술·미래가치 중심의 선별 역량 강화, 직접금융 기능 고도화, 정책금융과의 위험 분담을 제시했다. 미래 현금흐름과 동산·지식재산권(IP)을 평가하는 심사 체계와 인공지능(AI)·데이터 기반 기업·기술 평가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투자성 대출과 지분투자 확대, 벤처캐피탈 회수시장 활성화 등 직접금융 기능 강화도 필요하다고 봤다.

정책금융과의 공조도 핵심 과제로 꼽았다. 첨단산업이나 스케일업 기업은 초기 손실 가능성과 회수 지연 위험이 큰 만큼 민간 금융만으로는 자금 공급에 한계가 있을 수 있어서다.

은행권도 생산적 금융 확대에 맞춰 자금 배분 체계를 조정하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업종을 생산적·비생산적 영역으로 나누고 AI, 반도체, 에너지, 바이오, 로봇, 모빌리티, 방산 등 첨단산업에 자원을 집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각 은행의 전문성과 강점에 기반한 특화 전략이 필요하고, 지나친 자본 공급 속도 경쟁과 특정 업종 쏠림이 자본건전성 리스크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팀장은 "생산적 금융은 자본 공급의 총량 확대보다 배분 방식의 질적 전환이 중요하다"며 "민간금융은 자금 중개와 신용 창조 측면에서 산업 구조 전환과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혁신 조성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재한 산업연구원 산업미래정책센터장은 이날 '효율적인 미래산업 육성을 위한 산업정책 방향' 발표에서 한국의 저규모·분산형, 수출금융·대출 중심 지원 구조를 전략 분야 중심으로 고도화하고 성과 기반 평가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산업구조혁신금융연구센터장은 '산업생태계 변화에 대응하는 정책금융의 역할' 발표에서 저성장과 미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금융이 보편적 지원보다 미래성장동력 발굴과 기존 주력산업 재도약 분야에 전략적·선별적으로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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