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전화벨이 울린다"...언론과 싸우지 않는 법 말하다

파이낸셜뉴스       2026.06.11 18:57   수정 : 2026.06.11 19:03기사원문
도진수 변호사, '실전, 언론대응법' 출간



[파이낸셜뉴스] "기자의 전화가 왔습니다."

기업 홍보 담당자와 공공기관 공보 실무자들에게 이보다 긴장되는 순간도 드물다. 한 통의 전화는 단순한 취재 요청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조직의 평판을 뒤흔드는 위기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온라인 기사 한 건이 순식간에 포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고, 사실관계를 바로잡기도 전에 여론이 형성되는 시대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조직은 언론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오보에는 어떤 방식으로 대응해야 하는지, 언론중재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언론 대응의 현장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경험한 법조인이 실무 경험을 집대성한 책을 펴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와 대한변호사협회 제1공보이사를 지내고, 현재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으로 활동 중인 도진수 법무법인 진수 대표변호사가 최근 '실전, 언론대응법(박영사)'을 출간했다.

이 책은 흔히 볼 수 있는 홍보 이론서나 법률 해설서과는 결이 다르다. 언론 보도 이전 단계의 공보 업무부터 보도 이후 발생하는 정정보도·반론보도·손해배상 등 언론 분쟁 해결 과정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현장형 실무 지침서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저자의 독특한 이력이다.

대학 시절 철학을 전공하며 기자를 꿈꿨던 그는 언론사 공채에 도전하기도 했다. 비록 기자의 길을 걷지는 않았지만, 변호사가 된 이후에도 언론과의 인연은 이어졌다. 동아일보 칼럼니스트로 활동했고 수많은 법조 기자들과 교류하며 언론 생리를 가까이서 경험했다.

이후 서울지방변호사회와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를 맡으며 언론과 조직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했고, 현재는 언론중재위원으로 활동하며 언론 분쟁을 조정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이 경험한 세 가지 역할을 '세 개의 창'으로 표현한다.

공보이사로서의 시간은 "총성 없는 전쟁터"였다. 새벽부터 울리는 기자들의 전화에 대응하고, 문장 하나와 표현 하나를 두고 수없이 검토하며 조직의 입장을 설명해야 했다.

언론중재위원으로서의 시간은 '수술실'에 가까웠다. 이미 기사로 상처 받은 당사자와 언론사가 한자리에 마주 앉아 갈등을 조정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변호사로서의 경험은 이 두 세계를 연결하는 실이었다.

이처럼 언론 보도의 시작과 끝을 모두 경험한 저자의 시선은 책 곳곳에 녹아 있다.

특히 책은 언론을 '관리 대상'이나 '적대적 존재'로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언론과 조직이 서로를 이해하고 건강하게 소통하는 방법을 찾는 데 집중한다.

실제 현장에서 자주 벌어지는 상황들도 구체적으로 다룬다.

기자가 선호하는 보도자료는 어떤 구조를 갖춰야 하는지, 인터뷰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기자와의 관계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선은 무엇인지 등을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오보 대응에 관한 조언도 눈에 띈다.

많은 기관과 기업이 보도 내용에 불만이 생기면 곧바로 법적 대응부터 검토하지만, 저자는 그보다 먼저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기자와 직접 소통하며 공식 입장을 문서로 남기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감정적인 대응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언론중재위원회 절차를 보다 깊이 있게 다룬다. 정정보도와 반론보도, 후속보도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손해배상은 어떤 경우 인정되는지, 조정과 중재, 소송 가운데 어떤 절차를 선택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등을 실제 사례와 함께 설명한다.

언론 보도로 피해를 입었다고 해서 무조건 큰 금액의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질적인 명예 회복을 위해 어떤 전략을 선택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한다.

책에는 조정신청서 작성 예시와 주요 판례들도 함께 수록돼 있어 실무 활용도를 높였다. 최근 몇 년 사이 기업과 기관, 개인을 가리지 않고 언론 대응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유튜브와 SNS,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가 실시간으로 확산되면서 기사 한 건이 미치는 영향력은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 반면 언론과 소통하는 방식은 여전히 경험과 감각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실전, 언론대응법'은 단순히 공보 담당자만을 위한 책에 머물지 않는다. 언론 보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인과 기업, 언론중재를 준비하는 신청인, 실무를 맡은 변호사, 나아가 기자와 언론 종사자들에게도 참고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책에서 "이 책은 언론을 이기는 법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대신 언론과 조직, 그리고 사회가 더 건강하게 소통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가짜뉴스와 정보 과잉, 여론의 급속한 확산이 일상이 된 시대. '실전, 언론대응법'은 언론과의 갈등을 최소화하면서도 조직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묻는다. 언론을 상대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실용적인 안내서이자, 언론과 사회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흥미로운 기록이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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