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영업익 통째로 내야… 물류 인프라 확충 올스톱 우려
파이낸셜뉴스
2026.06.11 18:47
수정 : 2026.06.11 18:46기사원문
업계·전문가, 적정성 논란
"매출 규모 비례한 부과 방식
투자·혁신 위축시키는 신호"
형평성 측면에서도 의문
민감정보 포함된 사례보다 과중
美 예의주시… 관세 보복할 수도
쿠팡 "법적대응 여부 검토"
이번 결과를 예의주시해 온 미국과의 통상마찰 우려도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사상 최대 과징금, 투자 막힌 쿠팡
이는 지난해 2324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SK텔레콤 사건에 부과된 1348억원의 4배를 웃도는 규모다.
쿠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고객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면서도 "선제적인 피해 확산 방지조치와 사실관계에 근거한 설명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점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식 의결서를 수령한 뒤 법적 대응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최근 쿠팡의 실적 흐름을 고려할 때 이번 과징금 규모가 상당한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은 올해 1·4분기 개인정보 유출 사고 관련 보상금 지급 등의 영향으로 354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이번 과징금까지 반영될 경우 2·4분기 실적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상 최대 과징금 부담으로 물류 인프라 확충과 해외 사업 확대 전략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쿠팡은 현재 부산·충북 제천 등에서 물류 인프라 투자를 진행 중이다. 중소기업 수출 기능이 큰 대만 사업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100여개 물류시설에서 9만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쿠팡의 고용 상황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보안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은 물어야 하지만, 매출 규모에 비례해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식은 투자와 혁신을 위축시키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괘씸죄? 해외도 찾기 힘든 제재
업계에서는 과징금 규모를 두고 국내외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비교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메타(5억3300만명 유출·약 3800억원), 에퀴팩스(1억4700만명·약 1180억원),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최대 5억명·약 970억원) 등 쿠팡보다 유출 규모가 더 크거나 민감한 정보가 포함된 해외 사례와 비교해도 제재 수위가 높다는 것이다. 유출 규모뿐 아니라 정보의 민감성과 실제 피해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 과징금은 4235억7500만원인 반면 혼인 여부와 재산 현황, 신장·체중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유출된 듀오의 과징금은 12억3900만원에 그쳤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은 엄정하게 물어야 한다"면서도 "제재 수위는 기업 규모 자체보다 정보의 민감성, 실제 피해 수준, 사고 이후 대응과 피해 확산 방지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규제의 목적은 처벌 자체가 아니라 공정하고 일관된 기준을 통해 기업의 책임 있는 행동을 유도하는 데 있다"며 "위반의 성격과 실제 피해가 유사한 사안들 사이에서 제재 수준의 편차가 지나치게 크다면 법 집행의 형평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2차 피해가 없었음에도 김범석 쿠팡 의장의 미온적 태도와 불만 여론, 조사 비협조 등을 이유로 과징금 수위를 높인 게 아니냐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대미 통상 이슈 번지나
현행 매출 연동형 과징금 제도를 둘러싼 논란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업 규모가 클수록 과징금이 커지는 현 구조가 유출정보의 민감성이나 실제 피해 정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미국 상장사인 쿠팡에 대한 이번 제재가 미국 정·재계가 예민하게 반응해온 플랫폼 규제 논란과 맞물리면서 대미 통상 이슈로 비화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법적 대응을 예고한 만큼 향후 행정소송 과정에서 과징금 산정 기준과 비례성 원칙이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며 "미국 상장사에 대한 대규모 제재라는 점에서 국내 규제체계를 둘러싼 논쟁이 통상 문제로까지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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