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안받는 권력, 책임 안지는 조직… 대수술 필요한 선관위
파이낸셜뉴스
2026.06.11 19:14
수정 : 2026.06.11 19:13기사원문
선관위 둘러싼 5대 쟁점
대법관이 맡아온 중앙선관위원장
헌법상 독립기관 지위와 모순적
조직 내 문제는 셀프 감사로 수습
정작 일해야 할 선거철엔 휴가
법조계 "물갈이만 해도 반은 성공"
선거를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지만, 선거철마다 연차를 떠나는 직원이 늘어나는 등 조직 기강과 도덕적 해이 역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1 주인 없는 비상근 위원 체제
이로 인해 선관위 업무는 사실상 직원들의 손에서 이뤄졌다. 투표지 부족 사태의 근본 원인이 된 본투표 투표용지 인쇄매수 하한 기준을 기존 60%에서 50%로 변경하는 것 역시 별도 회의 없이 사무총장과 선거정책실장 2명의 전결로 진행됐다.
광역선관위원장을 지낸 A 부장판사는 "중앙·광역은 의결만 할 뿐 투·개표를 직접 하지 않는다"며 "조직 장악력이 필요한 곳은 모든 실무를 담당하는 250여개 기초 시·군·구 선관위인 만큼, 영구적 상임화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2 감사의 사각지대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다. 따라서 오랫동안 외부 통제에서 벗어나 있었다.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인지 여부를 둘러싸고 수년간 논란도 이어졌고, 조직 운영과 인사, 예산 집행 등에 대한 실질적 감시 장치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서 선관위 내부 의사결정 과정과 책임 소재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헌법학자는 "독립기관이라는 이유만으로 외부 감시가 사실상 차단되면 조직 내부의 잘못이 장기간 누적될 수 있다"며 "독립성과 책임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감사 체계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3 셀프 감사
선관위는 조직 내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스스로 해결했다. 이른바 '셀프 감사'다. 실제 최근 몇 년간 고위직 자녀 특혜채용 논란, 복무관리 부실, 선거관리 시스템 운영 문제 등이 잇따라 불거졌지만 상당수는 내부 점검이나 자체 조사에 의존했고, 이런 구조의 한계가 감사원을 통해 일부 확인됐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며 "감사원을 독립기구로 두면 선관위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감사가 가능해진다"고 했다.
4 실권은 사무처·책임은 위원회
위원회와 사무처의 권한 불균형도 거론된다. 중앙선관위원의 임기는 헌법에 따라 6년으로 보장된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지만, 비상근 위주 운영 구조와 맞물리면서 실제 조직 운영에 대한 책임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다. 반면 선관위 사무처는 선거 관리와 조직 운영, 예산 집행, 인사 등 업무 전반을 담당한다. 실무 권한은 사무처에 집중돼 있으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는 불분명해지는 구조인 셈이다.
이근우 가천대 법대 교수는 "판사들이 위원장으로 나가도 선관위 업무 자체는 잘 모르는 만큼 사전 교육을 해야 한다"며 "위원장뿐만 아니라 법원에 의한 감시나 직제 파견을 통해 감시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5 선거철에 선관위 떠나는 직원
이러한 총체적인 문제는 조직의 기강해이를 불러왔다. 선거철만 되면 휴직자나 연차를 내는 인원이 늘어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선관위는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 정당 및 정치자금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설치된 국가기관이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독립성은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 무제한적 자율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외부 감사와 책임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조직 내부의 잘못을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B 부장판사는 "직원 기강을 잡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대폭적인 인사 물갈이만 해도 절반은 성공"이라고 꼬집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최은솔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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