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탔다가 순식간에 -680만원" 월급 300만원 직장인, '내 집' 조급증의 말로

파이낸셜뉴스       2026.06.13 15:00   수정 : 2026.06.13 16:47기사원문
② 20대: 재무목표에 다가서는 법
자금을 구분해 투자, 목적자금은 지켜야
손실 이후 회복이 더 험난..'손실 방어'에 집중
월급 계획표 수립...생활비·저축액·예비비로 나눠
투자에 대한 기준도 명확히, 중요한 건 계좌 분리

[파이낸셜뉴스] 내 집 마련을 앞당기려고 조급하게 투자를 결정했다가 오히려 '월세살이' 기간만 연장하는 젊은 직장인들이 많다. 자산관리의 '태동기'인 20대에는 자산의 성격을 구분하고, 돈의 구조를 구축하는 게 우선이다. 종잣돈을 모으는 단계에서 "수익률만 높이면 목표 달성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는 믿음을 굳히면 역설적으로 그 시점은 뒤로 밀린다.

자산관리에서 복리의 힘은 높은 수익률에서 나오지 않는다. 큰 손실을 피하고 목적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딛는 데서 시작된다.

엿새 만에 증발한 680만원
4년 차 직장인 김도현씨(가명) 목표는 분명했다. 경기도 부천에서의 월세살이를 벗어나 5년 안에 '내 집'을 마련하는 일이다. 하지만 도현씨는 300만원이 좀 넘는 월급을 모아 집을 사려면 지난한 세월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다. 도무지 쫓아갈 수 없는 집값 상승세에 두려움마저 느꼈다. 그 공포는 이성적 사고를 마비시켰다.

도현씨는 결국 지난해 4월초 '나스닥 3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선택했다. 당시 미국 증시는 하락세였으나 반등을 기대하고 2000만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시장은 야속하게도 더 떨어졌다. 6거래일 만에 수익률 칸에는 -34%가 찍혔다. 금액으로 따지면 680만원이 일주일만에 날아간 셈이다. 월 100만원씩 저축한다면 반년 넘게 모아야 하는 돈이다. 이 결과는 단순히 계좌 잔고 감소가 아니다. 그의 목표인 내 집 마련의 시기가 밀린 게 핵심이다.

그를 상담한 조형근 재무설계사(AFPK)는 이를 그저 투자 실패로 결론 짓고 끝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목적자금'과 '투자자산'의 혼동이 불러온 결과로 파악해야 한다.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한 돈은 주택 구입 시점에 반드시 집행돼야 하는 목적자금이다. 불리기보다 안정적으로 지켜야 할 돈에 가깝다. 조 설계사는 "자금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으면 투자 손실이 목표의 지연으로 직결된다"고 짚었다.

손실 이후 회복은 쉽지 않다. 복구하려면 더 많은 돈을 쏟아 부어야 한다. 10% 손실이 나면 원금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수익률은 11.1%다. 20% 손실은 25%, 30% 손실은 42.9% 수익을 내야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손실이 50%에 이르면 자금이 2배가 돼야 한다. 손실률보다 회복에 필요한 수익률이 훨씬 가파르게 커지는 구조다. 레버리지 상품에 들어갔다면 그 강도는 더욱 높아진다.

조 설계사는 "손실이 커질수록 원금 회복을 위해 요구되는 수익률이 상승한다"며 "투자자는 수익보다 손실 방어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손실 이후의 심리도 챙겨야 한다. 대개 돈을 잃은 투자자는 "더 많이 투자하면 빨리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때부터 투자는 '복수전'으로 변질된다. 결국 더 위험한 자산에 손을 대게 만든다. 재무 계획을 넘어 인생 설계도 자체를 뒤흔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월급 계획표'를 세우자
조 설계사가 도현씨에게 한 첫 조언은 '월급 계획표' 수립이다. 세후 월급이 340만원 수준인 1인 가구 청년이라면 생활비 200만원, 내 집 마련을 위한 목표 저축 100만~120만원, 예비비 20만~30만원으로 소득을 분배해볼 수 있다.

핵심은 '목표 저축액'을 고정비처럼 선배정하는 것이다. 내 집 마련이 우선이라면 투자금이 저축액을 넘어선 안 된다. 매달 남는 돈을 투자하거나 저축하는 방식이 아니라 필요한 저축액을 떼어 놓고 나머지 범위 안에서 소비와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비상자금은 별도로 쌓아야 한다. 조 설계사는 월평균 지출금액의 3~6배를 확보해 두는 것을 권장했다. 월 필수 지출이 200만원이라면 최소 600만원, 안정적으로는 1200만원까지 계좌에 분리해 두는 식이다. 이 돈은 자산을 불리기 위해 굴리는 돈이 아닌 갑작스러운 질병, 이사, 경조사 등에 대응하는 용도다. 조 설계사는 "이 자금은 변동성이 거의 없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나 머니마켓펀드(MMF)에 예치하는 걸 추천한다"고 말했다.

투자에 대한 기준도 필요하다. 위험 중립적 투자자라면 전체 금융자산을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 10% △채권 30% △금 10% △국내외 지수 ETF 40% △특정 테마·산업군 주식 10%를 기본 포트폴리오로 설정할 수 있다. 중요한 건 비율 자체보다 돈의 목적에 따라 계좌를 분리하는 일이다. 5년 안에 사용할 돈은 변동성이 낮은 자산에 두고, 5년 이상 묶어둘 수 있는 여유자금만 지수형 투자자산으로 운용하는 방식이다.

레버리지 투자에는 보다 엄격한 원칙이 필요하다. 중립형 투자자라면 총자산 대비 레버리지 비중은 최소화해야 한다. 개별 종목 투자 역시 손실이 7~10% 발생하면 기계적으로 비중을 줄이거나 투자를 중단하는 '손절 기준'을 미리 정해둘 필요가 있다. 이 이상 넘어가면 과감히 털어내는 규칙을 엄정히 준수해야 한다.

도현씨처럼 '내 집 마련'이 목표인 청년들은 재테크를 감정이 아닌 숫자로 대해야 한다. 물론 쉽지 않다. 그래서 더욱 원칙이 중요하다. 5년 뒤 1억원이 필요하다면 현재 가용 자산과 매달 모을 수 있는 금액을 냉정히 계산해야 한다. 이러한 고민 없이 "투자로 불리겠다"라는 안일한 접근은 가상의 희망을 좇는 것과 같다. 설령 투자로 목표 금액을 달성했다 하더라도 이후 무리한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많은 이들이 '복리의 마법'을 강조한다. 하지만 복리는 높은 수익률의 결과물이 아니라 큰 손실 없이 시간이 쌓일 때 나타나는 결과물이다. 손실이 반복되는 계좌에는 복리가 머물 시간이 없다. 비상자금을 만들고, 자금을 목적에 따라 나눠 감당 가능한 범위 내에서 투자하는 구조가 필요한 이유다.

돈을 벌고, 쓰고, 모으는 일은 평생 반복되지만 재무설계는 늘 뒷전입니다. 하지만 돈에도 나이가 있어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그때마다 선택하지 않으면 방치되고, 방향을 잡지 않으면 빠져나갑니다. 우리가 생애 전체를 관통하는 돈의 흐름을 짜야 하는 이유입니다. [머니설계사무소]는 AFPK 자격인증기관인 (사)한국재무설계협회(IFPK)와 함께 '재무적 삶'의 설계를 지원합니다.
chord@fnnews.com 이현정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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