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인대 파열' 사범에게 건넨 한 마디···"오늘부터 관원 하자"

파이낸셜뉴스       2026.06.13 05:00   수정 : 2026.06.13 05:00기사원문
40대 관장, 다친 사범과 보험사기 공모
사범 아닌 일반 관원이어야 보험금 청구 가능
보험사는 편취 목적 1억4600만원으로 책정
하지만 재판부는 400만원에 대해서만 유죄 인정

[파이낸셜뉴스] "너, 지금부터 사범님 아니야."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관장 40대 A씨는 이곳에서 보조사범으로 일하는 B씨에게 당부했다. B씨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해고하겠다는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가 관원이 돼야 하는 까닭


사건은 30분 전에 벌어졌다. B씨가 관원들과 스쿼트 운동을 하던 중 바닥에 떨어진 땀에 발이 미끄러졌다. 세게 디뎠던 터라 십자인대가 파열됐다. 그가 악, 내지르는 소리에 사무실에 있던 A씨가 튀어 나왔다.

나뒹구는 B씨에게 괜찮은지 물으면서도 A씨 머리는 다른 생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관원들이 집에 돌아간 이후 B씨를 따로 불렀다.

"지금부터 사범 말고 일반 관원이라고 하자."

A씨는 자신이 들어놓은 보험에서 관원이 상해를 입을 경우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약관상 그 대상에 '사범'은 없었기 때문에 B씨가 관원이 돼야 한다고 했다. 조사가 나와도 스스로 그렇게 꾸며야 한다고 당부했다.

보험금을 받게 해주겠다는 말에 B씨는 곧바로 제안을 승낙했다. 범죄의 시작이었다. 이후 A씨는 자신의 지도 아래 B씨가 체력단련을 하던 중 넘어져 부상당했다는 내용으로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저 함께 운동했던 친한 후배로, 사범이 아닌 일반 관원이고 급여 또한 없었다고 진술했다. B씨 역시 이에 입을 맞췄다.

하지만 보험사 직원은 이를 미심쩍에 여겼고, B씨가 사범으로 일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따. 보험금 지급은 보류됐다. 이후 이들이 보험사기를 통해 취득하고자 했던 보험금은 1억4600만원가량으로 책정됐다.

1억4600만원 책정, 400만원만 인정


하지만 1심 재판부는 400만원만 편취하려했던 금액으로 인정했다. A씨와 B씨 측은 해당 금액만 받을 목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이면서 △청구서에 청구금액이 별도 기재돼있지 않은 점 △보험사가 요청해 손해액을 산정한 손해사정사가 B씨는 후유장애나 일실손해(일을 하지 못함으로써 입은 손해)까지 청구하지 않았고 치료비만을 받을 생각이었다고 진술한 점 △피고인들이 보험사에 장애진단서를 제출한 사실이 없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검사 측 항소로 사건이 2심으로 넘어갔으나 해당 재판부 판단 역시 원심과 다르지 않았고 항소는 기각됐다.


재판부는 "법률적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B씨 상해가 통상 후유장애가 인정되는 종류의 것이라든지, 그 경우 상당 금액의 일실수입이 손해배상금에 포함된다는 것을 알기는 어렵다"며 "손해사정사가 후유장애 판정을 위해 부상일로부터 6개월 뒤 청구를 권했으나 B씨가 치료비로 지출한 400만원만 보전되면 된다고 하기도 했다"고 짚었다.

[거짓을 청구하다]는 보험사기로 드러난 사건들을 파헤칩니다. 금욕에 눈멀어 생명을 해치고 '거짓을 청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매주 토요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 기사를 편하게 받아보시려면 기자 페이지를 구독해 주세요.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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