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노조 독립 추진 과정서 '생계비 지원' 조항 논란
파이낸셜뉴스
2026.06.12 11:27
수정 : 2026.06.12 11:12기사원문
초기업 노조 탈퇴 투표 앞두고 규약 개정안 도마 위
조합비 집행 권한 집행부 집중 우려 확산
조합원들 "노조 민주주의 후퇴" 비판
[파이낸셜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이 초기업 노동조합 탈퇴와 독자 노조 전환을 추진하는 가운데, 집행부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규약 개정안을 함께 추진하면서 내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노조 집행부가 재정 집행과 각종 지원금 지급 권한을 사실상 독점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하면서 조합원들의 견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는 오는 16일부터 18일까지 총회를 열고 초기업 노조 탈퇴와 독자 노조 전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특히 논란의 중심에는 집행부 임원에 대한 '생계비 지원' 조항이 있다.
개정안에는 임원의 신분보장과 관련해 변호사 비용, 벌금, 과태료 지원과 함께 생계비 지원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생계비 지원 대상과 지급 기준, 규모 등을 대의원회나 조합원 총회가 아닌 집행위원회 의결만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일반적으로 노동조합은 조합비 사용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의원회 심의나 총회 의결 등 다단계 검증 절차를 거친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집행부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지원 범위와 규모를 정할 수 있도록 설계돼 사실상 재정 집행 권한이 소수 임원에게 집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조합원들이 납부한 조합비가 집행부의 재량에 따라 사용될 경우 '쌈짓돈'처럼 운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재정 권한 집중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개정안은 투쟁기금 적립과 긴급 재정조치 권한 역시 집행위원회 의결 사항으로 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의 핵심 재정인 투쟁기금 조성과 사용, 긴급 자금 집행까지 집행부가 주도할 수 있도록 하면서 기존 대의원회의 견제 기능이 사실상 무력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노조 재정 운영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확보해야 할 대의원회가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될 경우 집행부 중심의 폐쇄적 운영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내부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해당 규약 개정안에 대한 비판 글이 게시됐다.
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은 "변호사비나 벌금 지원은 이해할 수 있지만 생계비 지원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며 "지급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집행위원회가 임의로 결정한다면 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직원은 "노조가 민주성을 강조해왔지만 이번 개정안은 오히려 집행부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이라며 "중대한 재정 사안은 조합원들의 의견 수렴과 대의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 안팎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노조의 독립성과 자율성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조합비는 집행부의 자산이 아니라 조합원 전체의 공동 재산"이라며 "생계비 지원이나 투쟁기금 운영처럼 민감한 재정 문제는 투명한 통제 장치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상생노조는 이번 총회에서 초기업 노조 탈퇴와 독자 노조 전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며, 규약 개정안 역시 조합원 투표 결과에 따라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다만 현재까지 노조 집행부 측은 해당 규약 개정 취지와 관련해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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