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력 보소, 거기서 손흥민 빼다니"… 홍명보 감독의 '후반 교체' 제대로 먹혔다

파이낸셜뉴스       2026.06.12 14:00   수정 : 2026.06.12 19:28기사원문
'후반 컨디션 저하' 캡틴 손흥민 과감히 뺀 결단… 오현규 투입 100% 적중
'거미손' 김승규 장갑 끼운 선택도 신의 한 수
1570m 고지대서 후반 급격히 무너진 체코… 고지대 준비도 빛났다



[파이낸셜뉴스] 월드컵 무대, 그것도 승부를 뒤집어야 하는 피 말리는 절체절명의 순간.

팀의 심장이자 대체 불가 에이스인 '캡틴' 손흥민을 벤치로 불러들이는 결단은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사령탑 홍명보 감독은 주저하지 않았고, 그의 차갑고도 날카로운 지략은 결국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밤하늘에 찬란한 역전승의 마법을 부렸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12일(한국시간) 펼쳐진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1차전에서 유럽의 다크호스 체코를 2-1로 격파하며 조별리그 통과의 9부 능선을 넘었다.

승리의 일등 공신은 그라운드를 누빈 태극전사들이지만, 판을 깔고 승부를 조율한 벤치의 무서운 전술적 승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홍명보 감독이 꺼내 든 '스리백(3-4-3)' 카드는 시작부터 체코를 압도했다. 이기혁-김민재-이한범으로 이어진 수비 라인은 탄탄했고, 한국은 전반전 내내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체코의 골문을 맹폭했다.

슈팅 수와 유효슈팅에서 체코를 압도하며 완벽하게 경기 주도권을 쥐었다. 비록 후반 14분 상대의 장기인 세트피스 상황에서 크레이치에게 뼈아픈 선제골을 헌납했지만, 한국의 조직력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실점 직후 홍명보 감독의 '용병술'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후반 15분, 이재성 대신 투입된 황희찬이 특유의 저돌적인 돌파로 체코 수비진의 균열을 냈고, 이는 곧 황인범의 환상적인 칩슛 동점골(후반 20분)로 이어졌다.

백미는 그다음이었다. 1-1로 팽팽하게 맞선 후반 중반, 홍 감독은 고지대 여파로 평소의 컨디션을 보여주지 못하던 손흥민을 과감하게 빼고 오현규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고 오직 현재 그라운드의 '폼'만을 바라본 냉정한 판단. 이 지략은 후반 35분 오현규가 황인범의 크로스를 받아 천금 같은 논스톱 발리 역전골을 터뜨리며 그야말로 대성공을 거뒀다.

뒷문 단속을 위해 주전 골키퍼로 낙점한 김승규 역시 상대의 결정적인 슈팅을 미친 반사신경으로 무려 2차례나 쳐내며 사령탑의 믿음에 200% 보답했다.



경기 후반 체코가 추풍낙엽처럼 무너져 내린 배경에는 홍명보호의 '숨은 1인치'가 있었다.

해발 1570m의 과달라하라 고지대. 경기 막판 체코 선수들은 산소 부족과 체력 방전으로 발걸음이 무거워진 반면, 지난 2주간 미국 유타주에서 혹독한 고산 적응 훈련을 견뎌낸 태극전사들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체코의 진영을 지치지 않고 유린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흘린 피땀이 실전의 체력 차이로 완벽하게 증명된 셈이다.



경기 직후 홍 감독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준 선수들에게 모든 공을 돌린다"며 몸을 낮췄다.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음수 휴식) 당시 "조급해하지 말고 우리의 포지션을 지켜라. 반드시 골을 넣을 수 있다"고 선수들의 멘탈을 다잡은 그의 리더십은 위기의 순간 팀을 하나로 묶었다.

전술적 유연성, 용병술, 고지대 적응까지. 첫판부터 무서운 저력을 과시한 한국 대표팀의 시선은 이제 사실상 조 1위 결정전이 될 개최국 멕시코와의 2차전을 향해 정조준되어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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