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엔 폭격 아침엔 평화라니"…이란시민들 "우린 지쳤다"
연합뉴스
2026.06.12 15:35
수정 : 2026.06.12 16:20기사원문
불안 속 테헤란 밤사이 대피 행렬…"싸우거나 말거나 둘중 하나만" 분통 전쟁 끝나도 언제 헤어날지 모를 경제난에 걱정
"밤엔 폭격 아침엔 평화라니"…이란시민들 "우린 지쳤다"
불안 속 테헤란 밤사이 대피 행렬…"싸우거나 말거나 둘중 하나만" 분통
전쟁 끝나도 언제 헤어날지 모를 경제난에 걱정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밤에는 박살 낸다고 했다가 아침이 되니깐 평화에 다가섰다고… 어처구니가 없네요."
이란 수도 테헤란 시민인 37세 바히드는 11일(현지시간) 보도된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이같이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싸우든지 말든지 둘 중 하나만 했으면 좋겠다"면서 "우리는 지쳤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실제로 이날은 테헤란 주민 사이에서는 이날은 대탈출이 벌어진 날이기도 했다.
그간 종전이 임박했다고 했다가 하루아침에 폭격을 위협하면서 번번이 입장을 번복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특유의 변덕이 최고조에 달한 날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앞서 미군 아파치 헬기 피격에 "매우 강력하게" 응징하겠다면서 이날로 이틀째 호르무즈 해협 남부 항구 도시에 화력을 쏟아부어 곳곳을 폭격했다.
전날 자정을 넘어 새벽 시간대 연달아 터진 폭음에 테헤란 주민들은 밤새 잠 못 든 채 불안에 떨어야 했으며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떠밀려 황급하게 보따리를 든 채 테헤란 북부로 피란길에 오르기도 했다.
이 여파로 테헤란에서 북부 카스피해로 이어지는 주요 도로 세 곳이 극심한 정체 속에 사실상 마비됐다고 현지 경찰은 전했다.
48세 직장인 레자는 부인과 함께 주말 동안 북부로 피신했다가 당분간 긴장이 가라앉기를 기다리기도 했다고 NYT에 말했다.
특히 전날 공습 속에 식수 시설 2곳이 무너졌다는 뉴스 속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휴전 상황에서도 민간 시설까지 포화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우려가 커졌다.
그러더니 아침이 되면서 불과 몇시간 만에 상황이 급반전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이란과 종전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고 말했다는 뉴스가 전해진 것이다.
레자는 "업무가 제자리에 묶였고, 물가가 요동치면서 사업도 마비됐다"면서 "우리 일상이 멈춰버린 것 같은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이란 주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종전 협상이 극적으로 성사된다고 해도 오히려 '불확실한 평화'가 이란 경제 붕괴를 가속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건 종사자인 65세 마하스티는 서방의 오랜 경제 제재로 이란 석유 수입과 무역에 차질이 이어지면서 이란 주민의 삶의 질이 서서히 악화하고 있으며, 이는 폭탄 투하만큼이나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일상이 하루하루 힘겨워지고 있다"면서 "전쟁이 없다고 해도 봉쇄나 제재처럼 항상 무슨 일이든 일어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현재까지도 이란 주민들의 불안함과 초조함은 가시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주말에라도 이란과 합의가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이란 국영 방송에 따르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테헤란이 아직 "합의에 대한 최종 결론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newglas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저작권자 ⓒ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