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걸 인간이 어떻게 막나"… 체코 감독도 혀 내두른 김승규의 말도 안되는 반사신경!
파이낸셜뉴스
2026.06.12 21:49
수정 : 2026.06.12 21:49기사원문
경기 막판 체코의 결정적 슈팅 2개 지워버린 동물적 반사신경
십자인대 두 번 끊어진 절망의 2024년… 은퇴 공포 딛고 일어선 위대한 수문장의 4번째 월드컵
"눈 뜬 딸과 첫 영상통화에 힘 솟아"
[파이낸셜뉴스] 6월 12일 오전. 국민들의 뇌리에는 이강인의 택배 패스와 황인범의 환상적인 칩슛, 오현규의 시원한 발리슛이 가장 먼저 꽂혔을 것이다.
하지만 이 화려한 대역전극의 이면을 지탱한 '진짜 영웅'을 꼽으라면, 단연 등번호 1번을 달고 골문을 굳게 걸어 잠근 '수호신' 김승규(FC도쿄)다. 그는 이날 황인범에 결코 뒤지지 않는 완벽한 MVP급 활약으로 홍명보호의 후방을 사수했다.
후반 14분, 체코의 압도적인 피지컬을 앞세운 롱 스로인 전술에 뼈아픈 선제 실점을 내주며 고개를 숙였던 순간도 있었다. 자칫 패배의 모든 화살이 수비진과 골키퍼에게 향할 수 있는 벼랑 끝 위기. 하지만 태극전사들이 기어이 승부를 뒤집자, 김승규의 집중력은 무섭게 타올랐다. 후반 막판 동점골을 향해 미친 듯이 쏟아지는 체코의 파상공세 속에서, 김승규는 상대의 결정적인 문전 슈팅 두 차례를 동물적인 반사신경으로 쳐내는 '미친 슈퍼세이브'를 연달아 선보였다.
이 경이로운 선방 쇼에 상대 벤치는 그야말로 경악했다. 미로슬라프 코우베크 체코 감독은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서 "도대체 골키퍼가 그토록 가까운 거리에서 날아온 슈팅을 어떻게 막아낼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허탈한 헛웃음을 지어 보였다. 적장마저 완벽하게 인정할 수밖에 없는 탈인간급 방어력이었다.
사실 김승규가 멕시코의 뙤약볕 아래 서 있는 것 자체가 한 편의 눈물겨운 인간 승리다. 2014년 브라질 대회를 시작으로 벌써 4번째 월드컵 무대를 밟은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지만, 불과 1년 전 그는 은퇴의 짙은 그림자 속에 갇혀 있었다. 2024년에만 무릎 십자인대가 두 번이나 파열되며 참혹한 수술대를 거쳐야 했고, 매일 밤 "다시 축구화를 신을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과 싸워야만 했다.
하지만 그 캄캄한 절망을 뚫고 나오게 한 원동력은 바로 '가족'이었다. 모델 김진경과 결혼해 이달 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첫 딸을 품에 안은 그는, 한 가정의 기둥으로서 결코 쓰러질 수 없었다. 새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무게는 그에게 상상을 초월하는 초인적인 힘을 부여했다.
김승규는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오늘 경기장으로 출발하기 전, 갓 태어난 딸과 영상통화를 했다. 늘 자는 모습만 보다가 오늘은 신기하게 눈을 똑바로 맞추더라. 그 순간 설명할 수 없는 엄청난 힘이 솟구쳤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벼랑 끝에서 팀을 구하고, 은퇴의 기로에서 스스로를 구원해 낸 '위대한 아빠' 김승규. 그는 마지막으로 "지금도 병상에서 땀 흘리며 재활 중인 동료와 후배들이 나를 보고 조금이나마 꺾이지 않는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가슴 뭉클한 진심을 남겼다. 그의 두 손이 버티고 있는 한, 홍명보호의 골문은 그 어떤 강팀의 창끝에도 쉽게 열리지 않을 것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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