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속 총 맞은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똑똑한 슈트 나왔다
파이낸셜뉴스
2026.06.13 08:06
수정 : 2026.06.13 08:06기사원문
<44> 서울시립대 김선홍·박동욱 교수팀
XR 콘텐츠 감각 약 90% 정확도로 재현
촉각 피드백·신경 자극 치료 한 장치로 통합
체형 상관없이 전신에 일관된 자극 전달
운동 피로로 인한 손 떨림 억제 효과 확인
향후 디지털 치료제 및 BCI 시장 핵심 플랫폼 기대
택배 상자를 열 때의 설렘, 기억하시나요? 대학 연구실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삶을 바꿀 놀라운 발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논문'이라는 두꺼운 포장지에 쌓여있을 뿐이죠. '언박싱 연구실'에서는 복잡한 수식과 이론 대신, 여러분이 알고 싶은 알맹이만 쏙 골라 담겠습니다. 자, 그럼 상자를 열어볼까요? 오늘 언박싱할 주인공은 바로 이 연구입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권위의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되며 차세대 신경 인터페이스 기술로서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 가상현실과 치료의 융합
이번에 개발된 전기자극 슈트는 촉각 피드백(햅틱)과 근육·신경 자극 기반의 기능, 그리고 XR 인터페이스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한 전신 플랫폼이다. 게임이나 훈련 등 몰입감 넘치는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동시에 세포 재생, 상처 치유, 통증 관리, 신경 재활 등 다양한 자극 조절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 마르지 않는 전극 소재
피부에 직접 닿아 전기 자극을 전달하는 전극 소재의 혁신이 이번 연구의 첫 단추다. 기존 전극은 장시간 사용 시 수분이 증발해 성능이 떨어지거나 피부 자극을 유발하는 단점이 있었다.
연구팀은 은(Ag) 기반의 신축성 전도체와 수분 증발을 막는 전도성 하이드로겔(DMCH)을 결합한 유연·저임피던스(전기 저항이 낮은) 전극 구조를 개발했다. 염화리튬(LiCl) 고유의 흡습성을 활용한 이 신소재 전극은 공기 중에서 24시간이 지나도 수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인체 변형에 맞춰 최대 6배까지 늘어난다. 직물 인쇄가 가능한 전도성 잉크를 사용해 얇고 통기성이 뛰어난 폴리우레탄 원단에 전극을 일체형으로 찍어내어, 일반 속옷처럼 가볍고 편안한 착용감을 완성했다.
■ 체형 맞춤형 전압 보정
소재 개발에 이어 연구팀은 전신에 일관된 자극을 주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사람마다 체형이 다르고 슈트를 입었을 때 부위별로 조이는 압력이 달라지면 전기자극의 세기가 변해 피부에 통증이나 불쾌한 자극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복 압력 기반 센싱 시스템과 전압 자동 보정 알고리즘을 도입한 지능형 피드백 제어 시스템을 결합했다. 슈트에 내장된 압력 센서가 옷이 몸을 누르는 힘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압력이 낮아 접촉이 느슨한 곳은 전압을 높이고 압력이 높은 곳은 전압을 낮춰 균일한 전류를 공급한다. 덕분에 사용자의 체형이나 움직임에 상관없이 전신에 일관되고 안전한 촉각 자극을 전달할 수 있다.
■ 손 떨림 억제 효과 확인
연구팀은 개발한 슈트를 활용해 다채로운 가상현실 콘텐츠 연동 실험을 진행했다. VR 슈팅 게임을 할 때 '총알' 모드에서는 가슴과 팔 등 저격 부위에 짧고 강한 5Hz 자극을 주어 날카로운 타격감을 재현하고, '수류탄' 모드에서는 앞판 전체에 70Hz의 거친 자극을 8초간 발생시켜 대면적 폭발 충격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특히 연구팀은 아령 운동으로 인위적인 운동 피로를 유발해 손 떨림 현상이 나타난 건강한 참가자들의 손목 신경 부위(요골신경)에 100Hz의 정밀 전기자극을 가해 억제 성능을 검증했다. 실험 결과, 전기자극을 주지 않았을 때는 시간이 지날수록 피로 누적으로 손 떨림 강도가 계속 증가했으나, 슈트를 통해 전기자극을 준 상태에서는 손 떨림 진행이 효과적으로 억제되며 안정적인 상태가 유지됨을 확인했다. 이 기술은 향후 디지털 치료제, 신경 재활 고도화, 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하는 기술인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시장의 핵심 플랫폼으로 쓰일 전망이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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