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시론] 창의적 생태계와 가치창출/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파이낸셜뉴스

지난 세기 산업화에 뒤처져 있던 우리는 앞서 나간 국가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산업 위주의 발전이 절실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주도로 공장 중심의 새로운 생산 거점을 만들어 조선, 자동차, 철강 등의 산업에서 세계 수위를 다투는 경쟁력을 갖추게 하고 국가 경제를 견인토록 했다. 이렇게 탄생된 이들 공장지역은 전 세계가 놀라는 결과를 낳게 한 유례없는 압축성장의 터전이 됐다.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한 국가 간 경쟁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지식기반 사회로 전환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특히 이미 경쟁의 중요성을 경험한 국가들은 경쟁력 있는 환경조성과 새로운 산업을 통한 가치창출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후발 국가들과 격차를 벌리기 위해 국가 차원의 전략적 지원과 함께 지방자치단체와 민간부문이 협력해 많은 비용을 효과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방향 중 하나가 지식을 기반으로 연구, 산업, 사업모델이 결합된 ‘새로운 창의적 생태계’를 조성하고 여기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결과물을 경제적 가치로 전환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New Century Industry)’과 연계시키려는 전략적 도시 조성 사업이다.

과학자들에 의해 제기된 합리적인 시대적 수요와 장기적 안목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국제 과학비즈니스 벨트’가 이와 같은 계획이라고 생각한다. 기초과학과 연계해 연구 또는 기술 능력을 중심으로 우수한 인재들을 집약시키고 이들을 위한 최상의 연구 환경과 정주환경을 제공하여 해당 분야의 연구, 생산, 교육, 매매가 이뤄지는 최상의 장소 즉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콘텐츠 중심의 구체적 수요를 기반으로 제기된 이 구상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을 계획적으로 실현해 가게 된다면 여러 측면에서 많은 수확을 걷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러한 전략적 개발은 전 세계 몇몇 장소에서만 일어나고 있다. 미국 보스턴의 생명과학 클러스터, 리서치 트라이앵글, 핀란드의 울루와 아라비아난타, 싱가포르의 원노스 등에서 진행되거나 많은 부분 조성돼 있고 최근 들어 중국과 대만 그리고 석유산업 이후 시대를 준비하는 여러 중동 국가들이 이러한 새로운 기술과 연구 중심의 도시를 계획적으로 조성해 나가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제 과학비즈니스 벨트 계획은 다행스럽게도 필요로 하는 핵심 연구 인프라와 시설 그리고 필요공간들이 상당 부문 구체화돼 있어 연구자들에게 매력적인 연구 인프라를 가진 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도시들과 경쟁하고 과학비즈니스 벨트가 스스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각각 연구자에게 맞춤형 환경이 제공돼야 한다. 이는 연구뿐 아니라 연구를 사업화 또는 상품화할 수 있는 효율적인 시스템과 또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양호한 정주여건 및 문화적 환경을 갖춘 매력 있는 장소를 뜻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진화할 수 있는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시대의 변화와 상관없이 항상 첨단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능동적인 도시기반시설을 갖춰야 한다. 건물과 도시 자체가 에너지 절감 신소재 등 이곳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형태의 생산물이 구현되는 테스트베드의 역할을 수행하고 도시환경과 디자인이 창의적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간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또한 여러 과학자들 간의 원활한 교류가 발생하고 도시 공간과 장소가 교육과 연계되는 새로운 창의적 생태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

과학 비즈니스 벨트가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는 아직 완성된 사례가 없지만 우리 역량으로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높다.

지난 시절 항상 외국의 사례를 좇아가기만 했던 우리가 과학 역량을 결집하여 산업과 문화를 융합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새로운 창의적 생태계와 기초과학과 산업을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시스템과 장소의 선험 사례를 만들어 다른 국가에 학문, 기술 등 여러 분야에 그 가치를 전달하고 발전의 계기를 제공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과학비즈니스 벨트는 단순히 국가 경쟁력 확보뿐 아니라 지구촌과 인류의 미래에 이바지할 수 있는 한 차원 높은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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