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자통법 시행 D-2 ‘갈 길 멀다’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통법) 시행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자통법이 알맹이가 빠진 채 자칫 자본시장통제법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증권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당초 자통법 시행과 동시에 실시키로 했던 증권사들의 소액결제 허용은 금융권 간 밥그릇 싸움으로 시행시기가 상당 기간 늦춰지게 됐다. 이 때문에 저금리시대에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활용, 좀 더 높은 이자를 받아보겠다며 가입한 일반인들에 대한 금융서비스 확대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해외 유수의 거래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제경쟁력을 키우고 국내외 증권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증권선물거래소는 공공기관 지정이라는 낙인이 찍혀 일보 전진은커녕 뒷걸음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자통법이 투자자보호 강화에 집중하다 보니 오히려 펀드 등 상품시장은 파는 것보다 팔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으로 보여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가장 대표적인 것이 증권사들의 소액결제 허용 문제. 소액결제가 허용되면 CMA 등 증권계좌 가입자들은 은행의 가상계좌(은행 연계계좌) 없이도 은행이나 증권사에 비치된 현금자동인출기(CD)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인터넷 등을 통해 직접 입·출금 및 자금이체를 할 수 있게 돼 서비스가 한결 편리해진다.

그러나 은행권이 증권사들의 소액결제시스템 참여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최종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결제원 종합기획팀 관계자는 “소액결제를 위한 금융결제망 가입비에 대해 은행들이 이번 주에 모여 최종 회의를 하면 실마리가 잡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종 합의가 된다고 하더라도 가입자들에게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기까지는 적어도 서너 달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윤성희 마케팅담당 이사는 “소액결제를 위한 시스템 구축을 80∼90% 완료한 동양의 경우에도 각 은행과의 시스템 테스트 등을 거치면 일러야 4월 말에서 5월 말께나 실제 서비스가 개시될 수 있을 것”이라며 “소액결제가 현실화되면 그동안 제약을 받아 왔던 24시간 자금이체서비스가 가능해지고 평균 수수료가 낮아지는 등 고객들에게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결정된 증권선물거래소에 대한 공공기관 지정도 자통법 시대를 맞아 결국 거래소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을 제공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우려이다. 특히 거래소의 경우 그동안 동남아권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해 왔고 올해에도 일본이나 남미 등으로의 진출을 꿈꿔 왔지만 이와 같은 국제 경쟁력 강화는 공기관으로 결정되면서 상당부분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와 함께 자통법 시대에 다양한 금융상품 투자자들에게 선보여야 할 펀드시장 역시 투자자 위험 성향 분류와 상품별 투자위험도 분류과정을 거치면서 오히려 시장 축소가 예상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신규 상품을 내놓는다고 해도 판매사가 고객들에게 판매할 여유가 없고 실제로도 팔 수 있는 상품군이 많지 않아 상품 개발은 완전히 손놓고 있는 실정”이라며 “다른 운용사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서로 눈치만 보기 바쁜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판매현장의 경우 자통법 시행으로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 때문에 당분간 익숙지 않은 투자자 위험성향 설문조사 등을 할 수밖에 없어 가입자와 판매직원 간의 크고 작은 마찰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bada@fnnews.com 김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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