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아침] 기업의 ‘솔선’ 정부 화답해야/김성원 산업1부 차장

김성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자·타칭 ‘경제 대통령’을 표방한 이명박 대통령이 결국 재계 총수들에게 일자리 창출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15일 30대 그룹 회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세계 경제회복 기조에 맞게 적극적인 투자와 고용 확대에 나서주기를 당부했다. “일자리 창출은 기업의 몫”이라면서 말이다.

이날 재계 간담회는 예정에 없던 전격적인 ‘소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전날 아침에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주요 그룹 총수 간담회를 요청했고 전경련은 부랴부랴 해당 기업에 연락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관계자들은 밤 늦게까지 ‘VIP 행사’를 준비하느라 엄동설한에 비지땀을 흘려야만 했다.

사실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신년인사회에서 주요 그룹 총수들을 만난 지 채 열흘도 지나지 않았다.

우리 사회에서 일자리 만들기는 오랫동안 최대의 난제로 남아있다. 이 때문에 대통령이 비상한 관심을 갖고 챙기는 것도 당연할 테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의 고용을 늘리겠다는 발표가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올해 투자를 지난해 대비 16.3% 늘리는 만큼 동반되는 ‘활력’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아침부터 30여명의 대기업 회장들을 한꺼번에 줄세우는 모양새는 아무래도 지난 ‘권위적 대통령’ 시절을 생각나게 한다.

‘일자리 창출은 기업 몫’이라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아는 대통령이기에 더욱 그렇다.

문제는 또 있다. 이들 30대 그룹의 채용 확대 규모는 모두 합해도 5000명이 채 안된다.

30대 그룹이 일자리 만들기에 앞장선다는 선언적 의미와는 별도로 이들 기업은 전체의 1% 미만이다. 우리나라 기업 99%는 임의대로 투자와 채용을 늘리기 어려운 형편의 사업장이다. 과연 이들이 국가적 차원의 일자리 창출에 동참해 줄지는 불투명한 것이다. 대기업이 투자를 늘리는 부분이 중소기업에 ‘도미노현상’으로 선순환할지 역시 알 수 없다.

갈수록 고용의 질은 떨어지고 체감되는 내수시장은 여전히 본격적인 회복세를 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낙관적 전망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이제는 정부가 다시 화답할 차례다.

정부의 4차 기업환경개선대책에는 중소기업 판로 확대, 노동시장 유연화, 대중소 상생협력, 세무행정 개선 등 다방면에 골고루 67개의 과제를 담고 있다. 이보다 앞서 세 차례의 기업 환경개선대책으로 총 175개의 기업 애로해소와 규제완화를 시행했다고 정부는 밝혔다.

전경련의 조사에서도 규제개혁 성과만족도는 지난해 4월 27.1%에서 8월 49.0%로 20%포인트 이상 상승했고 세계은행의 기업환경평가에서도 2008년 23위에서 2009년 19위로 올라섰다. 그간 정부의 기업환경개선 대책이 어느 정도 결실을 거뒀다는 평가에 인색할 이유는 없다.

이날 전경련도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활동이 실질적인 일자리 만들기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고용창출을 저해하는 제약요건을 정부에 건의했다. 우선 전경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하위 수준인 노동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노동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또 대체근로 금지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제도를 손질하는 한편 여성·청년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근로 형태를 다양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특히 재계는 고용창출 효과가 제조업의 2배에 달하는 서비스업의 진입 장벽을 철폐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에는 정부가 성공적 규제개혁의 여세를 몰아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시장이 반응하는 정책을 내놓을 차례다. ‘기업가 정신’은 ‘기업의 몫’이라고만 하기에는 국제비즈니스 환경이 너무도 냉혹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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