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SOC 잦은 설계변경은 혈세 낭비 요인

파이낸셜뉴스

국토해양부 산하기관들이 최근 5년간 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과정에서 설계 변경으로 9조원 이상의 사업비를 증액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이학재 의원실에 따르면 국토부 산하기관들은 지난 5년간 100억원 이상 규모의 SOC를 건설하는 데 총 5576번의 설계 변경을 통해 사업비를 79조4403억원에서 88조7230억원으로 늘렸다는 것이다. 증가액은 올해 정부 SOC 사업예산 24조8000억원의 37%에 달하는 수준이다.

설계 변경이 불가피한 경우는 물론 있다. 그러나 잦은 변경을 통한 사업비 증액은 국가 재정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시공사와 발주처의 담합, 뇌물수수 등 부적절한 일을 일으킬 개연성이 높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도 이를 막기 위한 규정 등을 마련해 뒀지만 별다른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기획재정부는 '총사업비 관리 지침'을 통해 총사업비 300억원 이상의 공공발주 토목공사 또는 100억원 이상 건축공사에 대해 설계 변경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담합이나 뇌물 수수 등을 방지하기 위해 낙찰가 85% 이하 공사의 총사업비가 설계 변경으로 10% 이상 증가할 경우 설계자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국가계약법에 명시했다. 그러나 이를 통해 문제를 발견한 사례는 지난 5년간 단 1건에 불과하다. 시공사나 발주처가 자문위원들에게 변경을 승인해 달라는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고 때로는 뇌물이 전해지는 경우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은 지난 2008년 안전시설 과다 설계 변경이 문제돼 사업비를 22억원 감액 처분한 사례가 있다. 또 지난해 7월에는 김해율하지구 조경공사를 60억여원에 낙찰받은 종합건설사 사장이 한국토지공사와 국토부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고 설계 변경을 통해 100억여원으로 공사비를 부풀린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일부 시공사들은 공사를 따내기 위해 낙찰가를 낮게 책정하고 일단 공사가 시작되면 설계 변경을 통해 사업비를 늘린다. 업계에서는 관행처럼 여기는 일이지만 국가재정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감독 당국의 철저한 감사와 심의시스템 개선 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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