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서비스산업 선진화 서둘러야/김용민 정치경제부장

파이낸셜뉴스

"변화에서 가장 힘든 것은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갖고 있던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영국의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변화를 위해서는 우선 고정된 사고의 틀부터 깨뜨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한 말이다.

한국 경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해외로부터 한국 경제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있고 경제대국인 일본에서조차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게 갑자기 무슨 말이냐 할 것이다.

물론 짧게 잘라보면 한국 경제는 견실한 편이다. 지난 2003년 카드 사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결코 만만치 않은 파고를 뚫고 우리 경제는 비교적 탄탄하게 성장해왔다. 특히 지난해 실질 성장률은 6.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터키 다음으로 높았다.

그러나 좀 더 오랜 시간을 놓고 보면 한국 경제의 활력은 떨어지고 있다. 1990년대 한국 경제의 연평균 성장률은 6.7%였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성장률(-5.7%)을 제외하면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7.25%로 더욱 높다. 반면 2000년 이후 2010년까지의 연평균 성장률은 4.6%로 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굳이 특정시점을 정해 따지자면 지난 2000년을 기점으로 한국의 성장잠재력이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고도성장기를 거쳐 성숙단계에 들어선 우리 경제가 계속해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세계 최저 수준인 출산율,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 등도 성장잠재력 저하의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성장잠재력이 떨어지는 기간중 수출과 내수가 비대칭적으로 성장해왔다는 점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OECD 등 주요 국제기구들이 최근 공동으로 작성한 '주요 20개국(G20) 주요 경제지표(PGI)'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3.4%로 G20 가운데 최대였다. G20 국가 중 한국 다음으로 수출 비중이 큰 독일(33.6%)과 비교해서도 GDP 대비 수출 비중이 무려 10%포인트가량 높다. 특히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수출 비중은 지난 1990년 27.6%에서 2005년 39.3%, 2009년 49.9%로 빠르게 확대됐다. 반면 GDP 대비 내수 비중은 지난 1990년 100.5%에서 2005년 97.3%, 2009년 96.3%로 계속 축소되는 추세다. 내수시장의 위축이 성장잠재력 저하의 주요 원인인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근 정부는 내수시장 활성화의 핵심인 서비스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수출과 내수 간의 균형이 잡히지 않으면 굴곡이 심한 세계경제 여건 변화 속에서 선전하기 어렵다"며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는 서비스산업을 키우지 않고서는 점점 더 심각해지는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위기감도 깔려있다.

그러나 영리의료법인 허용, 일반의약품(OTC) 약국 외 판매 등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서비스산업 육성은 보건복지부 등의 반대에 가로막혀 제대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규제를 풀어 서비스산업을 육성할 필요는 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게 반대측의 논리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사석에서 의료분야 규제 철폐와 관련, "기본적으로는 윤증현 장관과 뜻을 같이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며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산업 규제 철폐에 반대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방향은 옳지만 재임기간 중 문제를 만들지는 않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규제 철폐에 시점이 따로 있을 수 없는데다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점점 저하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 전향적으로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변화를 위해 가장 먼저해야할 일은 이전에 갖고 있던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yongmi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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