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봄 성수기 맞은 주택시장 ‘기대 반,우려 반’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봄 성수기가 찾아왔지만 서울을 포함, 수도권 주택시장은 '기대반 우려반'의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전셋값 앙등으로 비롯된 주택시장 회복세가 이번주 들어 매매시장부터 한풀 꺾였다. 부처간에 의견 차이가 있지만 이달 말에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의 부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매수심리가 다시 급속히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매매시장은 종전 매도자 우위에서 매도-매수자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변했다. 전세시장도 서울 강남권 등 일부 지역에서 방학 이사수요가 마무리되면서 상승 폭은 다소 둔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봄에는 주택시장이 다시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입을 모은다. 이런 가운데 건설사들이 요지에서 잇따라 주택분양에 나서면서 부산발 청약 열기가 수도권으로 이어질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어제(5일)까지만 해도 가격을 조금만 낮춰주면 집을 사겠다고해서 집주인을 어렵게 설득해 가격을 낮췄는데 오늘 전화로 안 사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부활하면 집값이 더 떨어질 수도 있으니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것입니다."(서울 창동 북한산아이파크 인근 D공인 관계자)

"지난주까지만 해도 흥정이 붙으면 매도자가 집값을 올리고 매수자는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상황이었는데 이번주부터는 DTI 문제 때문인지 매수자가 따라오지를 않아요. 이 때문에 매도자와 매수자간 호가 격차가 더 벌어졌어요."(경기 분당신도시 정자동 U공인 관계자)

최근 금융위원회가 가계부채 건전성 확보를 위해 DTI 규제를 사실상 부활하겠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주택시장 회복세가 한풀 꺾였다.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주무부처는 이달 중순께 의견을 조율해 DTI 규제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단 시장에서는 매매가격 오름세가 주춤하는 등 영향을 받고 있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그동안 집값이 많이 내렸다가 최근 들어 회복세를 기록하던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상승세가 멈췄다"며 "짧은 기간 많이 올랐기 때문에 쉬어가는 측면도 있지만 아무래도 DTI 규제가 매매 수요에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 수도권 주요 시장에서는 최근 매수자와 매도자간 힘겨루기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전셋값 급등으로 인해 매수세가 살아나면서 집주인이 흥정 과정에서 호가를 올려도 매수희망자들이 어쩔 수 없이 가격 협의에 나서는 '매도 우위' 시장이 형성됐었지만 이번주부터는 매수자들이 집주인의 이 같은 움직임에 등을 돌리고 있다. 시장 주도권이 잠깐 동안 매도자 우위로 변하던 상황에서 다시 매수자와 매도자간 힘겨루기 상황으로 바뀐 것이다. 이로 인해 일부 지역의 경우 가격이 다시 내리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서울 개포동 주공1단지는 최근 다시 급매물이 등장했다. 지구단위계획안 확정이 보류된 탓도 있지만 DTI 규제 얘기가 나오면서 수요 심리가 얼어붙고 있어서다. 현지 D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말까지만해도 급매물은커녕 일반 매물을 찾기도 어려웠는데 지난달부터 급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매매가가 올해 초보다 500만원 정도 하락한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이 아파트의 경우 36㎡는 6억8000만원, 42㎡는 8억1000만원 선으로 소폭 내렸다.

한동안 가격이 오름세가 가팔랐던 서울 잠실동 일대 아파트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잠실I공인 관계자는 "설 연휴까지만해도 매매 거래가 활발하고 가격도 올랐지만 최근 들어서는 매수-매도자간 호가 격차가 커지면서 거래가 뜸해지고 가격도 약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집값 상승이 가장 뚜렷했던 경기 분당신도시와 용인 일대도 이달 들어 매매 거래가 급격히 줄고 있다. 분당신도시 S공인 관계자는 "서울과 가까운 분당선 정자역 인근에서는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2000만∼3000만원 올랐고 거래도 많이 이뤄졌지만 최근들어서는 매수세가 뚝 끊긴 상태"라며 "DTI 때문인지 오른 가격으로는 매수자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부산지역에서 아파트 청약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지난 2∼3년 간 '빙하기'를 겪었던 수도권 아파트 분양시장에도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지난달 부산 사하구 당리동 '당리푸르지오'가 청약자들로부터 인기를 끈데 이어 이달에는 화명동 '롯데캐슬카이저' 2차 아파트가 1순위에서 최고 10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4일 오후 방문한 한진중공업의 경기 광명시 '광명해모로 이연' 견본주택(서울 오류동)에서도 그 열기를 미약하나마 느낄 수 있었다. 이 아파트 견본주택에는 평일 낮시간대인데도 200명 정도의 방문객이 몰려 북적거렸다. 개관일인 3일에는 1000명이 넘게 다녀간데 이어 이날도 500명 이상이 견본주택을 찾았다. 부동산 열기가 한창 뜨거웠던 때와 비교하면 적은 숫자지만 갈수록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라는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견본주택은 특히 지하철역(오류동역)에서 도보로 20분가량 떨어져 있고 버스 정류장도 10분 넘게 걸어야 하는 곳에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방문객이 찾은 것이다. 한진중공업 문영기 분양소장은 "사전 마케팅을 시작한 지난 1월에만 해도 눈앞이 깜깜할 정도 정도였다"며 "하지만 전세가격 상승에 따른 전세대란이 계속되면서 소형을 중심으로 실수요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문 소장은 "오는 8일 특별공급에 이어 9∼11일 일반공급 청약에 예정돼 있는데 59㎡와 84㎡는 청약경쟁률이 2∼3대 1 정도는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123㎡와 141㎡ 등 대형 가구의 경우 3순위까지 가더라도 청약률 100%를 채우기 힘들겠지만 3∼4개월 정도면 모두 팔릴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날 견본주택을 찾은 이들은 광명뉴타운과 광명시흥 보금자리지구와 인접해 있어 개발 프리미엄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부전씨(70·광명시 광명동)는 "교통이 좋고 주변에 개발호재가 많아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찾은 것 같다"면서 "앞으로는 지역적인 특성이나 호재 등에 따라 몰리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도 올해 분양시장이 당장 뜨겁게 달아오르기는 힘들고 가격이나 규모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올해 분양 예정 물량이 2009년이나 지난해에 비해 다소 늘었는 데 물량이 많으면 관심이 높아지게 마련이어서 분양시장에는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보금자리주택 등에는 당첨되기 어렵기 때문에 민간 공급물량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며 "다만 청약자들이 이미 검증된 물량 위주로 몰리면서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1번지 박원갑 대표는 "서울은 재개발이 많고 수도권은 소형을 중심으로 상한제 아파트가 많이 나온다는 것이 올해 분양시장의 특징"이라며 "성공의 관건은 가격인데 소형과 가격경쟁력을 가진 아파트는 좋은 성적을 거두겠지만 고분양가의 중대형 아파트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비해 닥터아파트 김주철 팀장은 "매매시장이 활성화돼야 분양시장도 회복될텐데 지금 매매시장이 보합세여서 분양시장 회복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당장 올 봄에 수도권 분양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blue73@fnnews.com윤경현 박지영기자
주택전세 시장도 봄 성수기 초입에 들어서면서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방학기간 학군 수요가 끝나면서 서울 강남권과 양천구 목동 등지는 전셋값 상승이 주춤하고 있다. 이에 비해 강북지역과 수도권 외곽 등은 전세난이 여전하고 가격 상승세도 지속되고 있다. 서울에서 전세를 구하지 못한 신혼부부 등이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는 결과다. 대표적 봄철 전세수요층인 신혼부부가 연간 30만쌍에 이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봄 성수기는 물론 그 이후까지 전세난이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6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과 경기지역의 전셋값은 각각 1.7%,2.0% 뛰었다. 강남 접근성이 뛰어난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는 4.7%나 올랐고 삼성전자 등 직장인 전세 수요가 많은 화성시도 역시 4.7% 상승했다.

부동산114가 조사한 지난주 전셋값 상승률 역시 서울은 0.06% 오른 데 비해 수도권은 0.20% 상승해 서울 강남권에서 시작된 전세값 상승세는 수도권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매매 가격에서 차지하는 전세가격의 비율(전세가율)도 높아지고 있다. 2월 기준 서울지역은 45.6%로 2004년 이후 처음으로 45%를 넘어섰고 경기지역은 49.3%를 기록해 50%선에 바짝 다가섰다.

전문가들은 주택경기 침체로 공급 물량이 줄어든데다 계절적 수요와 상관없이 신혼부부들의 전세수요는 꾸준해 전셋값 상승 행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부동산1번지 박원갑 대표는 "매매대기 수요가 늘어나는데다 비수기에도 신혼부부 수요가 몰릴 수 있어 서울외곽 중소형 중심의 전셋값 상승은 지속될 전망"이라며 "전세난이 이어지면 가을 수요는 한 두 달 빨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전세 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신혼부부 전세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보여 전세난이 진정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서울 강남권의 전세 매물은 씨가 말랐지만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찾는 수요는 꾸준하다. 서울 도곡동 W공인 관계자는 "현재는 전세매물이 없고 삼성래미안 100㎡는 조만간 5억5000만원 선에 나올 것"이라며 "하지만 신혼부부 등 대기 수요가 많아 당분간 기다려야한다"고 말했다. 도곡동 100㎡ 전세가격은 지난해 말에 4억8000만원, 올해 1월 5억원에서 최근에는 5억5000만원선으로 뛰어 올랐다.

학군 수요가 집중됐던 서울 대치동의 M공인 관계자는 "학군 수요가 마무리되면서 전세 물건이 한두 건 정도 나와있다"며 "선경아파트 100㎡는 전세가격이 5억∼5억3000만원 정도지만 지난해 말보다 4000만∼7000만원가량 올라 강남권에서도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남권 전세 매물을 찾는 신혼부부들이나 직장인들은 도곡 렉슬단지 중소형을 선호하는데 이 곳에는 현재 전세 매물이 없다"고 전했다.

/winwin@fnnews.com오승범 김관웅 홍창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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