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100억 재산가 건보료가 2만원이라니

파이낸셜뉴스

100억원 넘는 재산을 갖고도 월 2만원 남짓의 건강보험료를 내는 직장가입자가 149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내는 건보료는 직장 가입자 평균치의 30%에 불과한 액수다. 100만원도 안 되는 월급을 받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들을 포함해 직장 건보에 가입한 월급 300만원 미만의 100억대 재산가가 자그마치 1000명을 넘는다.

엄청난 재산가들이 고작 100만원 벌려고 취업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건보료를 덜 내기 위한 위장 취업 가능성이 높다. 직장가입자의 보험료를 재산 규모와 상관없이 월소득 기준으로 부과하다보니 생기는 일이다.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도 너나없이 법인을 만들어 사업소득 아닌 월급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내는 게 현실이다.

직장인들이 근로소득의 2.82%(회사도 2.82% 부담)만 내는 것과 달리 종합소득·재산·자동차·가족 수에 따라 건보료가 부과되는 지역 가입자들도 불만이 많다. 퇴직 후 수입이 한 푼도 없는 지역 가입자가 직장 다닐 때보다 더 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재산가들이 소액 월급쟁이로 등록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정한 부과 체계는 빨간 불이 켜진 건보 재정을 위해서도 긴요하다. 건보 재정은 작년 1조3000억원 적자가 났고 올해도 적자가 불가피해 수입 증가가 시급한 실정이다. 보건복지부는 7월부터 9억원 초과 재산 보유자는 직장에 다니는 자녀가 있어도 피부양자에서 제외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집 한채만 있고 소득이 전무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보다는 월소득 외에 양도소득·임대소득·금융소득까지 부과대상을 넓히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 현재 건보료 부과대상은 전체 소득의 55%로 프랑스의 90%에 한참 못미치눈 수준이다. 44%에 불과한 지역가입자의 소득파악률을 높이는 것도 시급하다. 장기적으론 서로 다른 직장·지역 부과체계를 하나로 통일하되 소득은 물론 재산규모까지 감안해 건보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동시에 비효율적인 의료체계 개선 등 건보 지출을 줄이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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