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새로운 10년] (상) 신약후보물질 1만개중 1개만 살아남아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이 구조적 위기를 맞고 있다. 1세대 신약 시장을 주도했던 대형신약의 특허가 끝나가지만 신물질 발굴 기회는 점점 줄어드는 등 도전에 직면했다. 바이오의약품 개발 성과가 태동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천문학적 비용과 기술적 난제로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내 제약·바이오산업도 내수시장을 뛰어넘어 세계로 나가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안고 있다. 신약개발의 현주소와 기업별 연구개발 전략을 통해 '새로운 10년'을 열어가는 제약·바이오의 미래를 조망해 본다. (편집자주)
전세계 제약산업이 전례 없는 '산고'를 겪고 있다.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기까지 10년 이상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붓지만 기존 신약을 뛰어넘는 획기적 신약은 찾아보기 어렵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허가 장벽도 점점 높아져 이른바 '죽음의 계곡(Vally of Death)'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지독한 신약 슬럼프, 해법은 있을까.
■신약개발 '죽음의 계곡'
29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신약 개발 비용은 3배 증가했지만 연간 허가되는 신약의 개수는 20개 이하로 감소했다.
지난 2008년 80만개의 임상연구 논문이 쏟아져 나왔지만 FDA의 심사를 거쳐 승인된 신약이 21개에 불과한 것도 이런 사정을 잘 말해준다. 최근 신약개발의 관문을 '죽음의 계곡'이라 부르는 이유다.
이런 사정은 국내 제약업계에도 그대로 통용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최근 신약 하나를 만드는 데 10년간 1조원 이상이 투입되고 이중 60%가 임상시험에 투입되지만 성공률은 단지 8%에 불과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1만개 후보물질 중 극소수만이 동물실험을 통과하는데 인체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에서 44%(1상), 60%(2상), 50%(3상)가 탈락해 1개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안전성 규제와 신물질 발굴 기술은 점점 고도화돼 비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보험 재정난이 심해져 약값을 통해 개발 비용을 회수하기도 어려워졌다.
■R&D 획기적 전환해야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연매출 1조원이 넘는 토종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만들기 위해 향후 9년간 1조원을 투자하는 '범부처(교육과학기술부·지식경제부·보건복지부) 전주기 신약개발사업'이 닻을 올렸다. 1조원 예산만으로 글로벌 신약개발을 낙담할 수 없지만 부처간 경계를 허물고 민·관 투자를 확대하는 기틀을 마련한 의미가 크다.
신약·의료기기 산업을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충복 오송과 대구 신서에 구축된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의 역할도 기대를 모은다.
전문가들은 이런 노력이 결실을 보려면 기존의 연구개발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김범태 본부장은 "전임상 전 단계에서 신약 개발 성공률이 높은 후보물질 발굴 역량과 타깃(작용점) 검증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혁신적인 신약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실질적 지원과 규모 있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벨상 수상자이자 바이오학자 필립 샤프를 비롯한 MIT석학들은 최근 발간한 백서(생명과학·물리학·공학의 융합)에서 바이오 융합연구를 미래 화두로 제시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정윤택 제약선진화지원팀장은 "신약의 패러다임이 질환 중심으로 접근했다면 이제는 질병의 원인을 밝히는 새로운 메커니즘에 접근해야 한다"며 "생물 분야와 의약분야의 연계 협업을 강화해야만 혁신형 신약개발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ado@fnnews 허현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