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제약업계 활기 없는 이유는/김승중 생활과학부 부장
#. 지난 2008년 국내 제약사는 선진국에 비해 뒤처진 기술과 부족한 자금력를 갖고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들과 총성 없는 전쟁터에서 외롭고 버거운 싸움을 벌였다. 당시 동아제약, SK케미칼 등 국내 11개 회사가 성공한 신약개발은 14개였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 진입은 힘겨웠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정부의 컨트롤타워 부재가 발목을 잡았다. 정부 부처간 의견 불일치와 중복 지원으로 인해 어렵게 만든 기초연구 성과물이 신약 개발연구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약사와 바이오업체들의 노력에 정부가 오히려 찬물을 끼얹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2008년부터 시작된 교육과학기술부의 '질환별 사업 중심 후보물질 도출 사업'이나 지식경제부의 '바이오스타 사업', 보건복지가족부(현 보건복지부)의 '신약개발 연구지원 사업' 등 신약개발 정책이 나뉘어 있어 대형 사업간의 긴밀한 연계와 효율적 운영이 어려웠다.
여기에 과학기술혁신본부의 폐지로 인한 부처 간 역할 및 예산 조정기능이 약화됐다. 결국 '신약개발 한국호'는 제대로 된 선장도 없이 사공들의 눈치만 보면서 산으로 갔다.
#. 2009년은 국내 제약산업이 글로벌로 진입하기 위해선 제약업계는 물론 정부의 일치된 지원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주장이 제기된 해였다. 파이낸셜뉴스가 같은 해 6월에 개최한 제1회 서울국제신약포럼이 그 단초가 됐다. '글로벌 시장의 벽을 넘자'라는 주제로 열린 이 포럼에선 제약산업을 지원하는 3개 부처가 한자리에 모였다. 공식적 자리로는 처음이다.
3개 부처는 그 자리에서 "국내 제약산업이 내수시장을 뛰어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 나가기 위해선 일관성 있는 정부 지원체제가 구축돼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의견을 같이 했다. 그후 3개 부처는 부단한 시행착오를 거친 뒤 성과물를 내놓기 시작했다.
그 첫 결실은 교과부, 지경부, 복지부 등 각 부처간 경계를 허물고 민관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범부처 전주기 신약개발 지원 사업' 태동이다.
그간 연구개발(R&D) 보조금과 같은 소극적 정부 지원에서 벗어나 오는 2019년까지 1조600억원을 투자해 연매출 1조원 넘는 토종 블록버스터 개발을 지원하는 것이 이 사업의 핵심이다. 투자 자금은 3개 부처가 5300억원을 같은 비율로 투자하고 나머지 5300억원은 민간이 투자하는 방식이다. 연매출 1조원이 넘는 토종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만들기 위해 정부가 창업투자회사를 자청한 것이다.
이어 제약, 바이오 등 국가 신성장동력 사업 지원을 위한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 출범했고 바이오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한 콜럼버스 프로젝트도 가동됐다.
#. 하지만 2011년 국내 제약업계는 활기가 없다. 정부의 잇따른 지원책이 나와도 신명이 없다. 정부와 손잡고 '글로벌 시장의 벽을 넘자'는 의지는 있지만 그간 내부에 곪아터진 문제 해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국내 제약산업의 해외 시장 진출 기반은 아직 취약한 상태지만 국가적인 투자진흥과 기업들의 성과가 더해지면 가능성이 있다. 때마침 해외시장 진출을 목표한 국산신약 개발과 완제 의약품 수출성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이때 정부는 제약산업의 유통 투명화를 위해 리베이트 쌍벌제 등 각종 규제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여기에 약가 거품을 빼기 위한 약가 인하도 적극적이다.
하지만 제약업계는 신약개발 지원 등을 통한 투자진흥 정책과 리베이트 처벌 등을 통한 규제정책이 공존하면서 극도의 혼란을 겪고 있다.
한 마디로 한 쪽에선 덩치를 키워 세계 무대로 나가라고 등을 떠밀고 다른 한 쪽에선 끊임없이 채찍질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가치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제약업계는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리베이트 과징금 등으로 의욕 상실증에 걸리 일보직전이다.
제약산업 유통구조를 선진화하기 위한 리베이트 척결정책은 잘 한 일이다. 하지만 리베이트 근절정책이 성과 중심주의로 흐른다면 제약산업의 경쟁력 확보와 의약품 주권 확보는 먼 나라 이야기가 될 것이다.
급변하는 제약산업 환경에 적응하고 세계 수준에 부합하려는 과도기적 노력이 꺾이지 않도록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
/sejkim@fn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