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름값 투명성 높여야/정상균기자
"ℓ당 마진이 190원 정도 된다면 제 주유소를 당신들한테 기부할 수도 있습니다."
기자에게 메일을 보낸 주유소 사장은 잔뜩 화가 나 있었다. 기름값 인상의 주범이라고 몰린데 대한 항의였다. 주유소뿐만 아니다. 우리도 손해보고 있다는 정유사, 고물가 고유가에 한숨만 깊어지는 서민, 영(令)이 안서는 정부당국. 1ℓ에 2000원을 넘는 기름값을 앞에 두고 모두가 답답해 하는 이런 이상한 현실이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각설하고 이유를 따져보자. 실제 올 들어 7개월여간 정부의 기름값 대응은 미진하다. 우선 정부가 그럴듯하게 내놓은 해법은 온데간데 없다. 지난 4개월여간 관계부처가 머리를 싸매고 내놓은 '석유시장의 투명성 제고 및 경쟁촉진방안'이다. 물론 '재탕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는 있지만 현재로선 이것 말고는 별다른 대안이 없어서다. 하지만 이런 해법조차 뒤로 밀렸다. 현 상황은 정유사, 주유소, 정부의 3자간 말싸움과 눈치싸움판이 됐다. 3개월 기름값 한시 인하 이후 닥칠 후폭풍이 뻔히 예상됐는데도 말이다.
그 와중에 관계부처 장·차관이 앞장서서 "예전과 비교하면 몇 원이 더 올랐다. 정유업계가 성의를 보여라" 등등 미시적인 말만 쏟아내고 있다. 정책 최고책임자의 한마디에 이목이 쏠릴 게 뻔하고 규제를 받는 기업들이 눈치를 보는 것도 당연하다. 이게 문제다. 정부는 공정하게 유통시장 질서가 유지되도록 정책으로 정유업계를 관리감독하면 되는 일이다. 정부가 유류세를 내리지 못하겠다면, 기름값 안정을 위해 시장투명성, 경쟁확대를 위한 해법을 구체화하고 속도를 내야한다. 우선 오피넷(유가정보망)에 공개되는 석유제품 가격을 대리점, 직영, 자영주유소 등 대상별로 구체적으로 공개해 시장 투명성을 높이는 일이 급선무다. 저렴한 가격의 농협 NH-오일폴에 이은 '제6의 독립폴'을 신설하는 것도 서둘러야 한다. 석유제품 가격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도록 국내 석유제품 거래시장을 올해 말까지 만들겠다는 약속도 지켜야 한다.
정유사들도 남 탓할 때가 아니다. 또 할 만큼 했다고 한 발 물러설 때도 아니다. 고유가로 어려움을 겪는 소외계층 지원에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할 때다.
/skjung@fn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