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저축銀28곳 ‘자동차 등 할부금융’ 길 터준다
금융당국이 마땅한 먹을거리를 찾지 못한 저축은행들을 위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10% 이상 등 우량 저축은행에 대해 자동차 등 할부금융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또 원룸, 고시원 등 부동산임대업과 중장비, 가전제품 등 비부동산임대업에 대한 대출 비중을 현재 8% 수준에서 최대 30%까지 확대해주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20일 이 같은 내용의 '저축은행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서민·중소기업에 대한 본연의 금융중개기능 강화와 안정적인 영업기반을 확충하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하지만 저축은행 업계는 당초 요구한 신용카드사업·신탁업 진출, 펀드판매, 비과세 예금 등이 모두 빠져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다.
■할부금융·부동산 등 먹을거리 지원
이번 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저축은행의 할부금융 진출을 허용하고 부동산임대업과 비부동산임대업의 비중을 높였다는 점이다. 우선 금융위는 BIS비율 10% 이상이고 고정 이하 여신비율 8% 이하, 최근 경영진단 평가결과, 종합등급 2등급 이상인 우량 저축은행에 대해 할부금융업을 허용키로 했다.
금융위 고승범 금융서비스 국장은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할부금융업 허용요건을 충족하는 저축은행은 28개 정도이며, 9월에 경영진단 결과가 나오면 최종 개수가 결정될 것"이라며 "할부금융업은 지역주민이나 중소서민 등을 대상으로 하되, 제도적인 보완장치를 둬 본연의 기능인 지역서민 금융중개기능은 사라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할부금융업은 리스는 불가하고 자동차 할부 등 대출금리로 이익을 올릴 수 있는 기능만 허용해줬다"면서 "신차의 경우 현대캐피탈이 대부분 독식하고 있어 저축은행들이 이 시장에 진출할 경우 중고차 할부금융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저축은행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실 가능성이 낮은 부동산임대업 및 비부동산임대업을 부동산 관련 포괄여신한도 규제 적용대상 업종에서 제외시키기로 했다.
현재 저축은행은 부동산 PF와 건설업, 부동산·임대업(부동산임대업·비부동산임대업) 대출 비중이 모두 합쳐 50%를 넘을 수 없는데 이 중 부동산·임대업을 제외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포괄여신한도를 50%에서 45%로 하향조정하고, 부동산업·비부동산업임대업 여신은 업종별 한도규제(30%)를 적용키로 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배준수 중소서민금융과장은 "부동산임대업과 비부동산임대업이 포괄여신한도 규제에서는 빠지지만 업종별 한도규제가 적용된다"면서 "현재 부동산임대업과 비부동산임대업이 전체 대출의 8% 수준이기 때문에 최대 30%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방 저축은행들의 경우 영업구역 내 의무여신비율 규제 준수에 애로를 겪고 있는 점을 감안해 수도권 이외 지방소재 저축은행에 대해 영업구역 내 의무여신비율을 50%에서 40%로 완화해 주기로 했다. 지금은 영업구역 내 개인 및 중소기업에 대해 총대출의 50% 이상을 대출해야 한다. 이에 따라 수도권으로 저축은행의 자금이 몰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고 국장은 "(수도권으로의 자금 이동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지금까지는 저축은행들은 일정한 재무건전성 요건을 갖춰야만 여신전문출장소를 설치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사전신고만으로 3개까지 설치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영업 중인 저축은행 98개 중 68개가 흑자를 기록 중인데 대부분 여수신 금리차로만 이익을 내는 곳들이다. 이를 감안해 금융당국은 여신출장소와 할부금융업을 허용해준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저축은행 견해차
금융당국은 이번 대책에 대해 저축은행 본연의 금융중개기능 강화, 안정적인 영업기반 확충에 충분히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저축은행 업계에서 요구한 신용카드, 펀드판매, 신탁업, 비과세예금 등은 모두 묵살됐다. 고 국장은 "저축은행 업계가 비과세 예금을 허용해달라는 의견도 있었고 할부금융업 외에 펀드판매도 검토해 달라는 의견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비과세 예금은 가계부채 종합대책에서 언급됐고 펀드도 불완전판매 문제가 있어 제외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용카드 업무는 저축은행까지 카드업계의 과당경쟁에 끼어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허용되지 않았으며, 신탁업도 증권사와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저축은행까지 들어갈 경우 시장교란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과도한 외형확장을 제한하고 본연의 기능인 지역서민 금융중개기능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보완장치만을 마련해 주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금감원에서 진행하는 경영진단 후에는 저축은행들이 증자나 자산매각에 들어갈 것"이라며 "이를 통해 편법적으로 늘린 자산은 줄어들고 서민금융과 관련된 자산만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hjkim@fnnews.com김홍재 김현희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