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국내 신약 가격의 딜레마/이세경기자

파이낸셜뉴스

"자국에서도 인정해주지 않는 약을 해외에서 어떻게 인정 받겠나."

자체 개발한 신약의 해외 수출을 위해 노력중인 A사. 최근 수출 협상 과정에서 복병을 만났다. 약값이다.

수입국은 관세와 운송비 등을 감안해 의약품 수입 가격을 최대한 낮추기를 원한다. 하지만 국내사는 협상의 여지가 많지 않다. 협상 기준이 되는 국내 약가가 다국적 제약사의 약들보다 이미 낮게 책정된 탓이다.

실제로 국내 신약은 동종의 오리지널 약보다 평균 100∼200원이 낮은 것이 현실이다. 고혈압 신약 '카나브'의 경우 60㎎의 약값은 670원으로 결정됐다. 다국적사가 개발한 같은 계열 약물인 '코자'의 경우 50㎎ 약가가 787원, '프리토'(40㎎)와 '올메텍'(40㎎)은 각각 708원, 949원인 것과 비교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부가 신약 약가를 우대하지 못하는 이유는 건강보험 재정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서다. 하지만 외국 기업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국에서 인정받지 못한 의약품을 높은 가격에 수입할 이유가 없다.

국내 제약사 한 임원은 "외자사의 경쟁은 안그래도 힘든데 정부가 우리 약의 가치를 폄훼한다면 세계 어디에서도 한국 의약품은 인정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신약을 개발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은 엄청나다. 기회비용과 실패 위험을 감수한 노력까지 감안한다면 100원, 200원을 따지기에 그 가치는 너무 크다.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면 신약을 개발해야 할 이유가 없어진다.

신약개발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제약사만 선별해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키운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국내에서도 인정받지 못한 기업이 과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seile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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