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가짜석유 자발적 퇴출 의지,현대오일뱅크 실험 통했다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현대오일뱅크가 자발적으로 나선 업계 최초의 '가짜석유 신고 포상금 제도'가 효과를 내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시행돼 현재까지 실제 가짜석유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주유소 업주들에게 가짜석유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하고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불러일으켜 회사측은 고무돼 있다. 우리나라 가짜석유 시장규모는 연간 5조원, 국내 전체 석유시장의 5%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17일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1일부터 전국 2400개 계열 주유소에서 가짜석유 신고 포상금제를 시행, 지난 15일까지 총 40여건의 의심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자체 검사는 물론, 공인기관인 한국석유관리원이 정품 여부를 최종 검증한다. 가짜라는 판명을 받으면 신고자는 최대 500만원을 포상받는다. 현대오일뱅크는 가짜석유 판매 주유소와는 즉시 계약을 해지하고 상표도 철거한다. 이 포상금 제도는 종료시점 없이 무기한 시행한다.

이와 관련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후발주자인 우리 회사가 가장 먼저 가짜석유 근절에 나서면서 업계에 신선한 충격이 되고 있다"며 "다른 정유사들도 가짜석유 포상금제에 동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권 사장은 "앞으로도 가짜석유 근절을 위해 지속적으로 포상금제를 운영하고, 상황에 따라 포상금을 더 확대하는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주유소 품질관리 부서는 더 바빠졌다. 가짜석유 의심신고는 하루 평균 2∼3건가량 접수되는데, 일일이 현장 출동을 하고 있다. 신고 내용도 각양각색이다. '기름이 너무 빨리 닳는다' '자동차 연비가 너무 떨어진다' '평소 기름냄새와 다르다' '인근 주유소보다 가격이 너무 싸다' 등 소비자들의 신고 사유는 다양하다. 현재까진 운행차종이 다른 운전자들의 잘못된 운전습관, 주관적인 판단과 감(感)으로 신고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현대오일뱅크는 이 참에 '물증'이 있는 내부 고발을 기대하고 있다. 주유소 속사정을 잘 아는 내부자가 신고하면 증거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물론 '포상금 500만원'을 노리고 활동하는 열성적인 신고자도 있다. 전국 주유소를 다니면서 가짜석유를 신고하겠다는 열성고객, 일명 '유(油)파라치'도 등장했다.

가짜석유를 지켜보는 감시가 많아지자, 주유소들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행여 가짜석유 판매에 따른 벌금보다 훨씬 많은 불법판매마진에 유혹을 느끼던 비양심적인 주유소 업주들도 마음을 고쳐먹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처럼 현대오일뱅크는 가짜석유 판매가 적발될 때 초래될 기업이미지 훼손보다 가짜석유 포상금 캠페인의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는 판단이다. 오히려 이 가짜석유 포상금제가 자사 석유제품 품질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 고객들의 신뢰가 높아져 일부 주유소에선 매출이 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포상금제를 통해 현대오일뱅크 주유소가 자정의 기회를 갖고 고객들의 신뢰를 받는다면, 그것이 최고의 소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짜석유(유사석유)는 휘발유에 벤젠 등 화합물을 첨가해 섞어 파는 석유다. 최근 기름값이 크게 올라 주유소업계 경기가 침체되자 진짜석유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제조해 세금을 내지 않고 마진을 크게 남길 수 있는 가짜석유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 최근 석유 관련법이 강화돼 가짜석유를 팔다가 적발된 주유소는 곧바로 사업정지(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skjung@fnnews.com정상균기자

■사진설명=17일 서울 동교동 현대오일뱅크 주유소에 '가짜석유 신고 포상금 최대 500만원'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1일부터 업계 최초로 자발적인 가짜석유 신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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