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에 꼬리내린 제약업계/이세경기자
제약업계가 110년 역사상 처음 가진 궐기대회는 결국 '그들만의 외침'으로 막을 내렸다. '8만 제약인의 생존권 투쟁'을 내걸었지만 모인 인원은 1만여명에 그쳤다.
상황은 이랬다. 한국제약협회는 당초 25일 정부가 강행하는 일괄 약가 인하 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갖고 1일 생산중단에 들어가겠다고 엄포를 놨다. 집회 장소로는 여의도, 시청 광장, 보건복지부 앞 등이 거론됐다.
하지만 장소 선정에 문제가 생겼다. 제약협회가 지정한 장소에서의 집회는 모두 '불법'으로 간주돼 허가가 나지 않았기 때문. 제약협회는 집회 장소를 장충체육관으로 급선회했고 체육관 일정에 따라 집회 날짜도 18일로 당겨졌다.
궐기대회 참가 인원도 장충체육관이 8000여명 정도밖에 수용하지 못해 1만여명으로 축소됐다. 기존의 8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그나마 '하루' 내걸었던 생산중단은 '다음달 언젠가'로 연기된 상태다.
제약업계 행보가 이렇게 소극적인 이유는 '괘씸죄'가 두렵기 때문이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상위 제약사들은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에 촉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이번 궐기대회 참석을 주저하고 있다"며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미 '불법 리베이트 영업'이라는 낙인이 찍힌 상황에서 파업을 강행했다간 공분을 살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제약협회 김연판 부회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 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제약사가 의약품 생산을 중단하는 것은 역효과를 일으킬 것"이라며 "제약업계의 절박함을 알리는 수준에서 계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약가 인하는 예정대로 시행될 것이다. 역사상 첫 궐기대회는 결국 제약업계가 어쩔 수 없는 '약자'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가 된 셈이다.
/seilee@fnnews.com










